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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소득’이 ‘종교인 소득’으로 바뀐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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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계 반발 의식한 국회 고육지책


원천징수 의무 면제, 근로ㆍ자녀장려금 지원 대책도


종교인 과세 법제화가 ‘삼수’끝에 지난달 30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큰 틀에선 당초 정부가 내놓은 종교인 과세 법안(원안)과 큰 차이가 없지만 시행시기가 2016년 초에서 2018년 초로 미뤄지는 등 일부 변화도 있습니다.

그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국회가 ‘종교 소득’이란 표현을 ‘종교인(人) 소득’으로 바꾼 것인데요. 당초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원안에서 종교인 과세 대상 소득을 소득세법 상 기타소득 가운데 ‘종교 소득’으로 명명했지만, 국회 조세소위원회가 심의 과정에서 이를 ‘종교인 소득’으로 한 글자 더해 고쳤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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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인 즉, ‘종교활동이나 종교 단체에 대한 과세가 아닌, 종교인 개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물론 종교 소득이 종교인 소득으로 이름이 바뀐다고 해서 세금 액수가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국회가 이름에 손을 댄 건 ‘종교인 소득 과세가 종교계에 대한 대대적인 과세권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일부 개신교계를 달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국회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근로자나 사업자의 소득이 ‘근로자 소득’이나 ‘사업자 소득’이 아닌 ‘근로 소득’, ‘사업 소득’이지만 지금까지 별 탈이 없었던 전례에 비춰 지나친 걱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요. 

국회의 배려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회는 종교인 과세 관련 세무조사의 범위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과세당국이 종교인 소득에 대한 세무조사 시 종교 단체의 회계장부 등을 열람 때는 오직 종교인 소득과 관련한 부분만 보거나 제출받을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기로 했는데요. 종교계 일각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헌금이나 사업비 관련 장부는 들춰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국회는 또 종교인들이 근로소득자나 사업소득자만 받을 수 있는 근로장려세제(EITC)나 자녀장려세제(CTC)의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종교인이 원할 경우 소득을 종교인 소득 대신 근로소득으로 신고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적잖은 종교인의 생활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에서 타당한 조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고액연봉자 부럽잖은 소득을 올리는 일부 부자 종교인의 ‘세(稅)테크’에도 도움을 줄 걸로 보입니다. 자녀 학비나 의료비 등 근로소득상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지출이 많은 종교인은 근로소득과 종교인소득 중 계산기를 두드려 세금이 더 적은 세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아울러 국회는 종교인이 종교인 소득 대신 근로소득을 골랐을 때에도 원천징수가 아닌 자진신고 방식을 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근로소득은 원천징수가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그러다 보니 벌써부터 종교인에 대한 혜택이 지나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근로소득자와 역차별 논란도 불거지고 있는데요. 한국납세자연맹은 연봉 8,000만원을 받는 종교인은 소득세를 125만원을 내면 되지만 같은 소득의 근로소득자는 6배 정도 많은 717만원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긴 했지만 국회 조세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모처럼 용기를 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이 종교인 표심을 우려해 2012년, 2013년처럼 종교인 과세 법안을 조세소위 단계에서 뭉갤 것이란 전망이 당초엔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박수를 보내기엔 아직 이릅니다. 종교인 과세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최종 확정될지가 아직 불투명하고, 본회의를 통과한다 해도 2018년 전까지는 법이 후퇴할 공산도 있습니다. 국회 조세소위 의원들이 ‘종교 소득’을 ‘종교인 소득’으로 바꾼 세심함을 한번 더 발휘해 법안의 본회의 통과와 시행을 끝까지 꼼꼼히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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