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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가 부자인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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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하나님의 율법 가르치는 일을 통해 금전적인 또는 물질적인 이익 얻는 것을 죄악시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율법 교육'과 동시에 '직업 교육'을 받았고, 하나님 말씀 전하는 사역을 통해 그 어떠한 사익 추구도 금했다고 한다.

특히 1세기 전후 많은 랍비가 여러 숙련업에 종사했고, 사실상 그들은 심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것을 긍지로 여기기까지 했다. 어느 제사장은 석재 절단업에 종사했다. 게다가 위대한 랍비 힐렐(Hillel)은 목재 절단사였고, 그의 라이벌인 랍비 샴마이(Shammai)는 목수였다. 그 외에도 다수의 명망이 높은 랍비들이 신발 만들기, 재봉사, 대장장이, 그릇 만들기, 건축 등 전문 기술을 지니고 숙련직에 종사했다.

 

랍비의 사역 원리

그들 랍비의 사역 원리는 다음의 한마디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누구든지 아들에게 생업(숙련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 사람은 마치 그 아들을 강도로 키우는 것과 같다(Alfred Edersheim, Sketches of Jewish Social Life in The Days of Christ, 1867)."

사실 '생업'이란 누구에게나 가벼운 것이 아니다. 제 아무리 위대한 인물도 밥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유대의 랍비들은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밥그릇 때문에 혹시라도 '하나님의 거룩한 사역'이 손상되지 않도록 저런 강경한 원칙을 수립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종교 지도자'라는 고상한 신분에도 불구하고 고된 육체 노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늘날 교회 양극화로 인해 절대 다수의 목회자들이 일일이 필설로 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어려운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럼에도 묵묵히 이름없이 빛도 없이 검소하게 사역하는 신실한 목회자들이 아주 많다.

반면에 일부 중대형 교회 목회자들 중에는 '그리스도의 제자'답지 못한 사치와 물질적 부귀를 누리며 시건방을 떠는 위인들이 적지 않다.

교회의 성직을 맡은 목사가 과연 무슨 비상한 재주로 그런 부를 이루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하여간에 대형 교회를 세운 목사도 부자이고, 삼대 세습의 과업을 이룬 목사도 부자이고, 표절을 좋아하는 목사도 부자이고, 여신도와 간통한 목사도 부자이고, 상습적으로 교회 돈을 횡령한 목사도 부자이고, 그리고 교단을 장악하여 종교 마피아의 소두목이 된 목사들도 제법 부자다.

게다가 강해 설교 잘하는 어느 목사도 부자이고, 금식 기도 잘하는 목사도 부자이고, 새벽 예배 잘 인도하는 목사도 부자이고, 부흥회 잘하는 목사도 부자이고, 직통 계시를 받는다는 목사도 부자이고, 신유 은사가 충만하다는 목사도 부자이고, 그리고 거액 헌금 잘하는 목사도 알부자이다. 이들은 분명히 충성스럽게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희안하게도 상당수가 부자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는 교인들이 헌금한 돈으로 신학교를 세운 목사도 부자이고, 기도원을 세운 목사도 부자이고, 유치원과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세운 목사도 부자이다. 아울러 언론사를 만든 목사도 부자이고, 선교 단체를 만든 목사도 부자이고, 구호 단체를 만든 목사도 부자이고, 병원을 만든 목사도 부자이고, 교회 묘지를 만든 목사도 부자이고, 그리고 수십 억 목돈을 마련해 장학 재단를 만든 세습 목사도 상당한 부자이다.

 

'교회 돈'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교회 돈으로 자식을 유학 보내고, 고급 주택 사고, 고급차 타고, 주거 관리비 충당하고, 목회활동비는 물론 별 자질구레한 경비까지도 모두 교회에 부담시킨다. 그리고 덤으로 고액 연봉을 알뜰이 챙겨간다.

하지만 목사를 '제사장'이나 '기독교 무당'으로 착각하는 상당수의 신도들은 "목사님을 잘 대접하면 큰 복을 받는다"는 무속적 미망 속에서 아직도 기복과 맹신의 잠을 자고 있다.

그러니 이런 '종교적 등신 집단'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아버지 목사도 부자이고, 아들 목사도 부자이고, 머지않아 현재 신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손자나 사위나 조카도 곧 부자가 될 것이 자명하다. 이른바 세계 교회사에 길이 빛날 '한국형 목사 왕조'가 견고하게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일부 정통이란 곳마저 저 모양이니, 소위 이단이나 사이비 교단의 교주란 작자들 중에 부자가 아닌 자가 없고, 자식에게 세습 안 한 자가 별로 없다. 아니 거의 예외 없이 모두 부자이고, 또한 세습하고 있다.

이는 비단 기독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타종교를 함부로 폄훼하고픈 마음은 전혀 없지만, 과연 이 땅에 '종교'라는 이름을 빙자하거나 '진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신도들을 등치고 사기치는 자들이 또 얼마나 많은지 스스로 물어보기 바란다.

필자는 지금 "진실한 직분자가 없다"거나, 또는 "유급 목회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우리 손에 오기까지는 과거에 수많은 헌신과 숭고한 희생이 있었다. 진리를 위해 순교한 초대교회의 사도들이 있었고, 아울러 그것을 바르게 전하기 위해 수고한 속사도들, 교부들, 아타나시우스, 왈도, 위클리프, 후스, 루터, 칼뱅, 요한 낙스, 웨슬리, 그리고 무디 등 수많은 성도들이 있었다.

거기에는 분명히 자비량 사역도 있었고, 동시에 유급 사역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바른 직분자들의 사역에 자기 욕심과 자기 배를 채우는 '귀족 목회'만은 없었다는 사실을 결단코 잊지 말아야 한다. 배부른 '종교 귀족'이 난무한 교회는 오로지 성직이 타락한 중세 교회나 직분이 교권화한 근현대 교회의 이야기일 뿐이다.

 

'밥벌이 노동'도 거룩한 성직이다

오늘날 우리는 1세기 유대의 성경 교사였던 랍비들의 그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인 정신'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혹시 그들이 생업 때문에 현재의 목회자들보다 경건과 지식이 부족했을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들에겐 '밥벌이 노동'도 거룩한 성직이었다.

교회 돈을 몰래 가져가서 부자가 된 장로나 권사나 교사나 집사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그건 어느 목사라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데 반대로 교회 돈으로 장난을 쳐서 부자가 된 목사들은 왜 이리도 많은가.

그 중에서도 특히 "몸은 부자라도, 마음만 가난하면 된다"고 궤변을 늘어놓는 자들은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마5:3)."고 하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대적하는 사특한 자들이다. 진정으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결코 몸으로 부자의 길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창기 천막을 치거나 상가건물을 세 내어 경제적 궁핍의 개천에서 헤매던 목사들이 오로지 목회만으로 불과 십수 년만에 용꿈을 이룬 개부자가 되었다면, 그게 과연 진정한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와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단지 종교와 위선의 가면을 쓰고 신도들에게 열심히 사기친 결과일 뿐이다.

그러므로 무슨 구구한 명분을 대든 성직자가 부자인 종교는 그냥 '사교 집단'이다. 오죽하면 예수님께서 이런 엄청난 말씀을 하셨을까.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지나가는 것이 더 쉽다(막10:25)."


신성남 / 집사·<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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