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외화유입 줄었지만 북중교역 '건재'
제재 효과 '명암 교차'..전문가 "중국의 '실질적 동참' 유도 관건"
제재 효과 '명암 교차'…전문가 "중국의 '실질적 동참' 유도 관건"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상현 김효정 기자 = '비(非)군사적 조치로는 70년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2270호)가 3월 2일 채택된 이후 6개월간 국제사회에는 기대와 좌절감이 교차했다.
북한이 핵개발 재검토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고통을 느끼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대북 외화 유입 감소는 김정은 지도부를 서서히 옥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양 AP=연합뉴스.자료사진] 지난 6월 27일 평양 려명거리 공사 현장을 주민들이 지나가는 모습하지만 북한의 대외 무역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 교역에서 여전히 뚜렷한 추세적 변화를 감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중국을 실질적인 대북 압박에 동참시키는 외교력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화유입 감소한 듯"…태영호 탈북이 말해주는 엘리트층의 동요
여러 전문가는 안보리 결의 2270호 가동 이후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결의는 유엔 회원국에 대해 자국내 북한은행의 지점이나 사무소의 신규개설을 못 하게 했고, 기존의 지점 등은 90일내 폐쇄하고 거래활동을 종료하도록 했다. 거기에다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미국 재무부의 지난 6월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인 외화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데 일정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합법적' 현찰유입 통로였던 개성공단 가동이 안보리 제재 추진 과정에서 지난 2월 중단되면서 연간 1억 달러 규모의 근로자 임금 수입이 줄어든 것도 외화유입 감소에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안보리 제재의 가장 큰 효과는 북한에 들어가는 외화가 많이 줄어든 것"이라며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제재 발효 이후인 올 3월부터 8월까지의 외화 유입이 작년 같은 시기 대비 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적어도 외화벌이와 관련해서는 정권 차원에서 부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 생활에 어느 정도 부담을 주는지는 불확실하지만 권력 엘리트를 비롯한 권력기관 운영 차원에서는 일정한 부담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외화 유입 감소와 엘리트층 탈북을 연결짓는 분석도 나온다.
태영호 주 영국 공사의 망명을 포함한 중산층 이상의 탈북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정부 당국은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8월 28일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최근 8개월간 탈북·망명해서 한국에 입국한 엘리트 탈북자층이 역대 가장 많은 숫자"라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여러 가지 형태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증좌가 아니겠는가 그런 분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가) 북한내 체제 압박의 요소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태영호 공사의 망명을 포함해) 외화벌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탈북은 외화로 조달되어온 통치자금이 굉장히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북중무역 감소세 주춤…'민생용 예외' 규정의 태생적 한계
그러나 제재가 김정은 정권에 핵무기 포기와 관련한 결단을 고민할 정도의 고통을 주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최대 영향력을 가진 '중국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8월 8일 중국 해관총서가 낸 무역통계에 의하면 중국과 북한의 6월 무역총액은 5억377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 4억6천42만달러보다 9.4% 증가했다.
지난 3월만 해도 북중 교역액은 전년 동월 대비 16.4% 증가세를 보이다가 4월부터 9.1% 감소로 돌아선 데 이어 5월에도 8.2% 줄어들면서 '제재의 효과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지만 다시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지린(吉林), 랴오닝(遼寧)성 등 북중 접경지역 지방정부의 관할 하에 이뤄지는 북한과의 위탁가공 교역은 제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월 북중 교역액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변수가 북중간 '전통적 관계'를 강화하는 형태로 작용할 경우 교역액이 회복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부 대북 매체들로부터 지난 7월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압록강 철교를 통한 북중 교역이 현저하게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안보리 결의 이행을 통한 대북 제재가) 북한의 경제·핵개발 병진 노선에 변화를 가져올 정도의 큰 고통이나 압박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며 "중국의 경우 북한 민생 관련 부분은 제재에서 배제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제재가 주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열쇠는 중국의 실질적 제재 동참 유도"
정부 당국자는 "대 이란 제재의 사례를 봐도 그렇고 대북 제재의 가시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려면 1∼2년 정도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예상 속에, 제재 효과가 가시화할 때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고,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결국 중국을 움직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이 형식상의 제재 이행이 아닌 실질적인 대북 압력을 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기준으로 북한의 전체 교역에서 대중 교역의 비중이 90%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대북 제재로 인해 중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 무역국과의 교역이 크게 줄어들면서 북한의 대 중국 교역 의존도는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 만큼 중국이 어떤 태도로 결의를 이행하느냐는 제재의 성패를 가를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하고, 북한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중국과 함께 제재의 강도를 높여나가고, 그것을 지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국영기업들이 중국에 들어가 중국 기업으로 위장해 핵 개발에 필요한 부품을 들여온다든지, 안보리 결의 2270호가 제한하는 여러 물품을 수입한다든지 하는 등 제재의 구멍들이 아직 많이 존재한다"며 "그런 부분을 시급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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