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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유태인의 100가지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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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유태인의 100가지 지혜


--유태인의 전승민화에서 배우는 100가지 생활철학 



편저자:A. 갤리언
옮긴이:김범윤

차례

제1장 삶은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

못생긴 그릇
목동과 다윗
마술사과
다윗을 구한 세 가지 생명체
삶은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
인생의 비결
은혜를 배반한 뱀

공로자
머리가 둘인 인간
가장 큰 재산
솔로몬과 황금의 성
진짜 어머니
솔로몬의 재판
참다운 이득
말을 훔친 베니야
시바 여왕의 수수께끼
탑 속에 갇힌 솔로몬의 공주
솔로몬의 유혹을 이긴 여인

제2장 짐승이 가르쳐 준 교훈

배고픈 여우
양치기 모세
꼬리와 머리
가장 강한 신랑
희망
목숨을 희생한 개
천 데나리온을 주고 산 개구리
파묻힌 솔로몬의 보물
생명을 구해 주는 풀
당나귀와 다이아몬드
사자와 가시
동물들의 언어를 배운 남자
새가 남긴 교훈
족제비와 우물이 지켜준 맹세
악마의 선물
입을 쓰지 않는 이유
노예로 팔린 엘리야
누구의 신앙이 옳은가
유태인의 현명함

제3장 랍비가 둘러본 세상

훗날을 위한 나무심기
어떤 농부
효도
시몬과 팔십 명의 마녀
갈비뼈 도둑
저주받은 첫날밤
진짜 아들은 누구일까
메시지 전달법
분실물
현자가 된 양치기
무식한 아키워와 당나귀
간음한 자는 돌로 쳐라
기도를 하고 있는 유태인
카바라의 힘

제4장 미리 가본 저승세계

선과 악
천국과 지옥을 구경한 친구
복수와 정의
하나님이 맡기신 보석
이승까지 이어진 전생의 인연
장난 삼아 한 결혼
뿌린 대로 거둔다는 철칙
목숨을 살리는 부적
육체와 영혼
개에게 물린 여자
말이 된 채무자
랍비와 이웃이 된 백정
아삭의 기우제
수염을 깍아서는 안되네
아버지를 죽인 여호수아

제5장 무덤에서 살아난 노인

기도
아들을 구한 현명한 아버지
위대한 신
무덤 속에서 살아난 노인
향료
박해받는 유태인
투르크 치하의 유태인
세 개의 문
돌을 팔아넘긴 농부
가정과 평화
헤로데스 왕과 왕비 마리안느
인간과 정을 통한 아누비스 신
가장 나쁜 죄악을 저지른 자
셀주크 왕의 목을 벤 유태 처녀
화병을 깨버린 이유
안식일의 요셉
행운을 차버린 이교도
시간이 없는 나라
물의 요정과 결혼한 약속
되찾은 지갑

제6장 알렉산더 대왕과 지하세계

알렉산더 탄생의 비밀
내 자식에게 죽음을 당하리라
비밀에 싸인 성
알렉산더를 구해준 노인
대왕의 정의
패전국 최후의 왕족
구름 속 여행, 바다 밑 여행
신도시 알렉산드리아
금지된 유태의식
인간 세상에 온 하계의 왕자
디혼과 하계 공주의 결혼
죽음을 부른 디혼의 배신

책머리에

유태인들은 5천년이란 긴 세월을 나라도 없이 긴긴 유랑생활, 학살과 추방,
이민족의 온갖 핍박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그들은 과학, 예술,
경제 등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업적을
이루어내고 있다. 고난을 겪으며 살아온 민족, 소수 민족인 유태인이 이렇듯
인류역사 발전에 기여도가 큰 민족으로 인정받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이 적응력이 강하고 창의성이 풍부한 민족이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역사가 불운했던 만큼, 유태인들에게는 어떤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젓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 혹은 집단의 자기 수련은 유태인 특유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만들어냈고, 5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태민족을 세계의 어떤 민족보다도
돋보이는 존재가 되도록 했다.
유태교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토라'와 유태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생활규범인 '탈무드'의 가르침을 통해 그들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솔직하고 날카로우며, 해학이 담겨 있다. 그들 특유의 의식구조와 정신사를
대변해 주는 유태인의 민화들은 오늘날의 유태인이 있게 한 지혜의 원류로써,
탄력성 있는 사고와 행동방식을 요구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리라.

1993년 9월 옮긴이 김범윤

제1장 삶은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

못생긴 그릇

매우 총명하지만, 얼굴 생김새가 추한 한 사람의 랍비가 로마황제의 왕녀와
만났다. 왕녀는 그의 추한 생김새와 지혜로움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비꼬아서 말했다.
"뛰어난 총명이 이런 못생긴 그릇에 들어 있군!"
랍비는 "왕궁 안에 술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왕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무슨 그릇에 들어있습니까?"라고 거듭 물었다.
왕녀가 "보통의 항아리라든가, 술병 같은 그릇에 들어 있죠."라고 대답했다.
랍비는 놀란 체하며 말했다.
"로마의 왕녀님같이 훌륭하신 분이 금이나 은그릇도 많이 있을 텐데 어쩌면
그런 보잘것없는 항아리를 쓰시다니!"
이 말을 들은 왕녀는 싸구려 항아리에 들어 있던 술을 금이나 은그릇에
넣었다. 그러자 술맛은 변해서 맛이 없게 되었다.
왕이 화를 버럭 내며 "누가 이런 어리석은 짓을 했느냐?"라고 묻자 왕녀는,
"그렇게 하는 쪽이 알맞다고 생각해서 제가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랍비가 있는 곳으로 가서 랍비에게 "당신은 어째서 내게 이런 일을
권했습니까?"라고 말하며 화를 냈다.
랍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단지 당신에게 대단히 귀중한 것이라 할지라도 싸구려 항아리에
넣어두는 쪽이 좋을 경우가 있다고 가르치고 싶었을 뿐입니다."

아무리 선인이라도 입버릇이 나쁜 사람은 훌륭한 궁전 이웃에 있는 악취가
심하게 풍기는 가죽 공장과 같다.--탈무드

목동과 다윗

사울 왕 시대에 한 남자가 젊은 아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곳의 영주는 전부터 이 젊은 여인을 탐내오던 참이라, 남편이 죽자 여인을
자기 집으로 불러 들이려고 했다. 그 뜻을 따르고 싶지 않았던 여인은 영주
몰래 고행을 떠나기로 작정했다. 그녀는 가지 돈을 몇 개의 항아리에 나누어
담고는 그 위에 꿀을 채웠다. 그리고 증인이 보는 앞에서 죽은 남편과 가장
절친한 친구에게 항아리를 맡기고는 다른 고장으로 떠나버렸다.
그녀가 그 고장을 떠나고 얼마 후, 여인의 꿀 항아리를 맡았던 사람의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어 갑자기 꿀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는 지난번에 맡아 두었던
꿀단지가 머리에 떠올라 지하실로 내려가 뚜껑을 열어 보았다.
항아리 안에는 꿀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꿀을 조금 떠내니 그 밑에는
금화가 가득 빛나고 있지 않은가. 다른 항아리에도 역시 금화가 들어 있었다.
그는 돈을 모두 쏟아내고, 새로 꿀을 사서는 항아리마다 가득 가득 채워 넣었다.
시간이 흘러 그 고장의 영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여인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맡겼던 항아리를 다시 찾으려고 했다.
그러자 이 나쁜 사람은 "내가 꿀을 맡을 당시의 증인이 보는 앞에서 항아리를
받아 가는 것이 좋겠소."
라고 대답했다.
여인은 곧 증인을 데려왔고, 죽은 남편의 친구는 그 증인 앞에서 항아리를
돌려주었다. 집에 도착한 여인은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금화가 없어진 것을 알고는 너무나 억울하여 울면서 재판관에게 하소연하였다.
재판관은 여인에게 물었다.
"그 항아리에 돈이 들었다는 걸 아는 증인이 있는가?"
"없습니다. 저만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나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구나, 사울 왕께 가보아라. 그분이라면
혹시 너에게 힘이 되어 주실 지도 모르겠다."
여인은 사울 왕을 찾아갔다. 왕은 상급 재판소로 가서 판결 받도록 명했다.
그러나 상급 재판관도 역시 항아리에 돈이 들어있음을 증언해 줄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저는 금화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을 다룰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증인이 있어야만 재판을 할 수 있다.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을 다룰
수는 없다."
재판관의 냉정한 말에 여인은 낙심하여 물러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여인은 훗날 왕이 된 다윗을 만나게 되었다. 다윗은
그 무렵 양을 치는 목동이었으나 지혜롭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여인은 억울한
사연을 목동에게 털어놓았다.
"증인이 없다고 법정에서 재판을 해주지 않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어느
편이 옳은가를 말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왕에게 가서 다윗이 재판을 해도 되겠느냐고 승낙을 받아 오십시오
만일 왕께서 허락하시면 제가 최선을 다해 시비를 가려 드리지요."
다윗의 말에 여인은 다시 사울 왕을 찾아갔다.
"왕은 그 소년을 불러도 좋다고 허락했다. 여인은 목동을 왕 앞으로 데리고
왔다.
"그대가 재판을 해보겠다고?"
"허락하여 주신다면 힘써 해보겠습니다."
"좋다. 해보도록 하라."
다윗은 고소 당한 남자를 재판정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호소한 여인에게
문제의 항아리를 가져오라고 말했다. 여인이 그 항아리를 가져오자, 다윗은 먼저
여인에게 질문을 했다.
"이 항아리가 틀림없는가?"
"틀림없습니다."
다음엔 고소를 당한 남자를 향해서 똑같은 질문을 했다.
"이 항아리가 저 여인이 맡겨 두었던 항아리임에 틀림없는가?"
"틀림없습니다."
다윗은 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하인에게 빈 그릇을 가져오라고 명해서는 꿀
항아리 속에 들어 있는 꿀을 모두 빈 그릇에 쏟아 넣었다. 그리고 나서 빈
항아리를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하나하나씩 두들겨 깨뜨렸다. 그리고는 그
깨진 조각들을 조심조심 살펴보았다. 그러자 항아리 파편들 속에서 금화 두
닢이 발견되었다. 꿀이 굳어 항아리 밑바닥에 붙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다윗은 즉시 거짓말을 한 남자를 향해 명령했다.
"당신이 맡았던 돈을 어서 이 여인에게 돌려주시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재판 소식을 전해 듣고는 다윗의 지혜로움에 다시 한
번 탄복을 했다.

자기를 아는 것이 최대의 지혜이다.--탈무드--

삶은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

어느 날, 다윗 집안의 아이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 메뉴에 삶은
달걀이 나왔는데 여러 아이들 중 한 아이가 배가 고픈 것을 못 참고 얼른 자기
몫으로 나온 달걀을 먹어 치우고 말았다.
이윽고 다른 아이들이 달걀을 먹기 시작하자 자기 접시만 텅 비어 있는 것을
쑥스러웠던 아이는 옆에 앉은 아이에게 달걀 한 개만 빌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자 옆에 앉은 아이는 빌려주긴 하겠는데 그 대신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빌려준 달걀을 내가 돌려 달라고 할 때, 그 달걀뿐만 아니라 그 동안 그
달걀이 내게 주었을 이익까지 전부 계산하여 돌려준다고 약속한다면, 내가
달걀을 빌려주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을 증인으로 하고 내 의견을 따를 수
있겠니?"
"틀림없이 그렇게 하지."
순간을 모면하려고 약속은 그렇게 했지만 달걀을 빌렸던 아이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빌려주었던 달걀을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때 빌린 달걀이 하나였지? 여기 있어."
그러나 달걀을 빌려준 아이는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그것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왜 하나야? 그보다 훨씬 많잖아"
의견이 서로 달라진 두 아이는 다윗에게 시비를 가려 달라고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다윗 앞에 나아간 두 아이는 달걀을 빌렸을 때의 상황을 설명하고는 자신들의
의견까지 덧붙여 말했다.
"그러니까 저는 달걀 한 개가 아니라 그 동안 그것이 만들어 냈을 이익까지
전부 받아야겠습니다."
두 아이의 말을 듣고 다윗 왕은 달걀을 빌린 아이 에세 빌렸던 것을 전부
갚으라고 말했다.
"만약 그 동안의 것까지 쳐서 모두 갚는다 해도, 저는 그것아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으며 대체 얼마를 갚아야 되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빌려준 아이는 다음과 같이 계산을 한 결과를 말했다.
"첫해에는 달걀에서 병아리 한 마리가 부화되어 나옵니다. 그 병아리가 두
번째 해에는 열 여덟 마리의 새끼를 치게 되죠. 세 번째 해에는 열 여덟 마리의
병아리가 커서 각각 열 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을 것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매년
계산하다 보면...."
그러고 보니 그것은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달걀을 빌린 소년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난처해하며 법정을 나왔다. 마침 솔로몬이 법정밖에 있는 것을 본
소년은 솔로몬에게 자기의 딱한 사정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래, 왕께서는 어떻게 심판하셨느냐?"
"저에게 달걀 한 개에서 생길 수 있는 이익을 전부 갚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엄청난 숫자의 닭을 제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소년의 말을 듣고 난 솔로몬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잠시 후, 그
소년에게 좋은 지혜를 일러주었다.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잘 될 거야. 밭에 가서 있다가 대왕의 군대가
지나갈 때, 삶은 콩을 심고 있다고 대답해야 해. 너의 대답을 들으면 아마
병사들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의아하게 생각하여 되물을 것이야. 그러면
'삶은 달걀에서 병아리가 나온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라고
대답하란 말이야."
소년은 즉시 밭에 나가 솔로몬이 말해준 대로 밭이랑에 콩을 심기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그곳을 지나던 병사들이 궁금해서 물었다.
"뭘 심고 있는 거냐?"
"삶은 콩을 밭에 심고 있습니다."
"삶은 콩을? 삶은 콩을 밭에 심는다고 싹이 돋아 나온 다더냐? 별소릴 다
듣겠네."
소년은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답하였다.
"그러면 삶은 달걀이 부화되어서 병아리가 되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습니까?"
병사들이 지나칠 때마다 똑같은 내용의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는 사이에 이
이야기가 어느새 다윗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왕은 곧 소년을 불렀다.
"그렇게 행동한 것은 네 생각이었느냐?"
"네, 그렇습니다."
소년은 그렇게 대답했으나 왕은 틀림없이 솔로몬이 지혜를 빌려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년에게 재차 묻자, 소년은 사실은 솔로몬이 일러준
것이라고 진 식을 털어놓았다.
왕은 솔로몬 왕자를 불러 달걀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다.
"제 생각으로는, 이 아이는 달걀 한 개만 되돌려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물에
삶은 달걀은 결코 병아리가 될 수 없는 법이니 말입니다."
소년은 솔로몬 덕분에 달걀 한 개만 돌려주는 것으로 이 재판을 매듭짓게
되었다.

판사는 반드시 진실과 평화의 양쪽을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만 진실을
구하면 평화는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진실도 파괴하지 않고 평화도 지킬 수
있는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타협이다.--탈무드--

인생의 비결

장사꾼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는 "인생의 비결을 살 사람 없습니까?"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다녔다. 온 동네 사람들이 인생의 비결을 사려고 모여들었다.
그 가운데에는 랍비도 몇 사람 있었다. 모두 모여들어 서로, "내가 사겠다!"고
나서자 장사꾼은 말했다.
"인생을 참되게 사는 비결이란 자기 혀를 조심해서 쓰는 것이라오."

자기의 결점만을 걱정하고 있는 인간은 딴 사람이 가진 결점은 알지
못한다.--탈무드--

은혜를 배반한 뱀

어느 추운 겨울, 노인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추위로 거의 얼어죽어 가는 뱀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자비로운 노인은 그 뱀이 불쌍하게 생각되어
조심스럽게 집어서는 자기 품속에 품어 주었다. 노인의 온기로 차츰 원기를
회복하게 된 뱀은 입장이 달라지고 보니 다른 생각을 품게 되었다. 드디어
완전히 힘을 되찾게 되자 뱀은 생명의 은인인 노인의 몸을 둘둘 감아 죄어
죽이려고 했다.
놀란 노인은 뱀에게 큰소리로 꾸짖었다.
"이 나쁜 놈 같으니.... 네가 얼어죽을 것을 불쌍히 여겨 내가 살려 주었거늘,
감히 나를 죽이려 해! 이게 무슨 경우냐? 자, 함께 재판관 앞에 가서 따져보자."
"좋지. 그럼 누구를 재판관으로 세우지?"
"길을 가다가 우리가 맨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자를 재판관으로 삼자."
"조다."
노인과 뱀은 함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서 저쪽에서 황소 한
마리가 오는 것이 보였다. 황소를 불러 세운 노인은 황소에게 그 동안 일어났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노인의 말이 끝나자 뱀이 한마디했다.
"나는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네. 성서에도 나와 있지 않는가. '뱀과
여자의 후손은 원수가 되게 한다.'라고."
묵묵히 듣고 잇던 황소는 점잖게 판결을 내렸다.
"뱀의 말이 맞는 것 같군. 성경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면 인간이 뱀에게
아무리 자비를 베풀었어도 뱀은 악하게 보답을 해도 좋을 것이오. 사실 그 동안
우리들은 너무 푸대접을 받아왔소. 나의 주인을 봐도 그래.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인을 위해 뼈빠지게 일을 하고 있는데, 주인은 내게 고마워 할 줄
모르거든. 주인 놈은 하루종일 놀면서 맛있는 음식만 골라먹고 내게는
찌꺼기조차 주는 걸 아까워하지. 또 잠자리는 어떻고, 자기는 따뜻한 침대에서
포근히 자면서 나는 마당에서 덜덜 떨면서 자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쓰거든."
황소는 처음엔 점잖게 나오다가 점점 흥분하여 욕을 내뱉기도 하는 등 과격한
말과 인간에 대한 불만만을 쏟아붓고는 자리를 떠났다.
노인은 황소의 엉터리 판결에 화를 내며 다시 뱀과 함께 계속 걸어갔다.
이윽고 이리 한 마리를 만나게 되었다. 노인은 또 이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재판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이리는 노인과 뱀을 번갈아
보고 나서는 황소와 똑같은 판결을 내렸다.
역시 화가 난 노인은 다윗 왕에게 가서 재판을 받자고 뱀에게 말했다. 이윽고
다윗 왕 앞에 나선 노인과 뱀. 그러나 다윗 역시 노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주진 않았다.
"성서에서도 말했듯이, 옛부터 뱀과 인간은 원수지간이다. 그러니 뱀이 너를
해친다 해도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다윗 왕 앞을 물러 나왔다. 그때 뜰 한편에 있는
우물가에서 혼자 놀고 있는 솔로몬 왕자가 노인의 눈에 띄었다.
그때 소년 솔로몬은 아버지인 다윗 왕의 지팡이가 우물에 빠졌기 때문에
수면에 돌을 던져 지팡이가 물위로 떠오르도록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노인은 솔로몬의 그런 행동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채고는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왕자에게 내 사정을 이야기 해 봐야겠다. 어쩌면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해
줄지도 모르겠군.'
노인은 솔로몬에게 다가가 뱀이 자기에게 했던 못된 행동을 소상하게
얘기했다.
"아버님께 이렇게 다툰 이야기를 자세히 말씀드렸습니까?"
"물론 그랬습니다. 그러나 대왕님께서는 대왕님의 힘으로도 저를 구해줄 길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랬나요? 어디 우리 함께 아버님께 가봅시다."
그리하여 솔로몬과 노인 그리고 뱀은 다시 다윗 왕 앞에 서게 되었다.
"아버님, 아버님께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요?"
"성서의 가르침을 따르다보니 그렇게 밖에 판결을 내릴 수 없었느니라."
"아버님, 그러시다면 이 사건을 저에게 한 번 맡겨 주시겠습니까?"
솔로몬의 요청에 다윗은 잠시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들의 총명함을
아는지라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먼저 솔로몬은 뱀을 향해 물었다.
"너는 왜 너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는 거냐?"
"그것은 아까도 말했지만 하나님께서 저에게 명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럼, 너는 성서에 나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따르고 있느냐?"
"물론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너는 이런 말을 들어보았느냐? '서로 다투고 있는 두
사람은 재판관 앞에서는 반듯하게 서 있어야 한다'는 율법 말이다. 만일 네가
성서를 그렇게 존중한다면 너는 즉시 그 노인의 몸에서 떨어져 반듯하게 서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아, 그렇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뱀은 대답과 동시에 노인의 몸을 감고 있던 것을 풀고는 노인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솔로몬은 노인을 향해 판결을 내렸다.
"성서에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오'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성서에서 명하는 대로 빨리 하시오!"
그러자 노인은 지팡이를 번쩍 치켜들어 뱀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그리하여
뱀은 배은망덕했던 죄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어느 랍비가 하인에게 시장에 가서 가장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시켰다.
그러자 하인은 혀를 사왔다.
이틀쯤 지나서 랍비는 그 하인에게 오늘은 가장 맛없는 음식을 사오도록
명했다. 그러자 하인은 또 혀를 사왔다.
이상하게 여긴 랍비가 하인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했을 때도 혀를 사왔고, 가장 맛없는 것을
사오라고 했을 때도 너는 똑같이 혀를 사왔다. 그 까닭을 말해 보겠느냐?"
그 하인의 대답은 이러했다.
"혀는 아주 좋으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고 또 나쁘면 그보다 나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는 여섯 개의 쓸모 있는 부분이 있다. 그 가운데에서 세 가지 눈, 귀,
코는 스스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이고, 입, 손, 발 세 가지는 인간이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탈무드--

공로자

어떤 임금님이 병이 들었다. 그 병은 세상에도 없는 희한한 병으로 "암사자의
젖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의사가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암사자의 젖을
구해 오느냐가 문제였다.
어떤 머리 좋은 사나이가 사자가 살고 있는 동굴 가까이에 가서 새끼 사자를
한 마리씩 암사자에게 주었다. 그리하여 10일째에는 암사자와 그는 퍽 친숙한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임금님 약으로 쓸 젖을 조금 짜낼 수 있었다.
궁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자기 몸의 여러 부분이 서로 싸우는 백일몽을
꾸었다. 몸 안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중요한가를 놓고 서로 다투고 있었다.
다리는 만약 자기가 없었더라면 사자가 있는 곳에 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눈은 보이지 않았더라면 이 장소에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심장은 또한 자기가 없었더라면 도저히 여기까지 올 힘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혀가 다음 말을 주장했다.
"만일 말을 할 수가 없었더라면, 너희들은 아무런 쓸모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자 몸의 각 부분은 일제히 소리쳤다.
"뼈도 없고, 전혀 값어치도 없는 하찮은 부분인 주제에 건방진 말을 하지
말라!"
그런데 궁중에 사나이가 이르렀을 때, 혀는 "누가 가장 중요한가 너희들에게
알려 주고야 말 테다."라고 말했다.
임금님이 사나이에게 물었다.
"이 젖은 무슨 젖인가?"
그러자 사나이는 난데없이 말했다.
"개의 젖입니다."
앞서 일제히 나무라던 몸의 모든 부분은 혀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를 알게
되어 모두 사과했다.
혀는 그들의 사과를 듣고 나서 다시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암사자의 젖입니다."
이렇듯 중요한 부분일수록 자제심을 잃어버린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는
법이다.

머리가 둘인 인간

어느 날, 죽은 혼령들의 왕인 아스모데우스가 솔로몬 왕을 찾아와서 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 불리우는 분이 바로 당신입니까?"
"주께서 그렇게 만드셨지요."
"제가 왕에게 여지껏 보지 못한 생명체를 보여드릴까요?"
"여지껏 보지 못한 생명체라니 무엇을 말하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아스모데우스는 즉시 팔을 뻗쳐 땅밑에서 머리가 둘이고 눈이 넷 달린 인간을
꺼냈다. 그 인간을 보자 등골이 오싹해진 솔로몬 왕은 그 하계의 인간을 다른
방에 가두어 두도록 명령하고, 군대의 대장인 베나야를 불렀다. 그리고는
물었다.
"이 세상 밑에 인간이 살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
"부왕의 고문으로 있었던 한 나이 많은 신하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내게 그대에게 그 인간을 보여주겠다면 어찌할 텐가?"
"어떻게 그럴 수가.... 하계에 가려면 5백년도 더 넘게 여행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대왕이 시라도 그렇게 먼 나라에 가서 사람을 데리고 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자 솔로몬은 머리가 둘 달린 인간을 끌어오게 했다. 그 모습을 난생 처음
본 베나야는 얼른 손으로 눈을 가리며 부르짖었다.
"아니, 세상에 저렇게 생긴 인간이 다 있다니!"
싱긋 웃음을 띤 왕은 그제서야 기괴하게 생긴 인간을 향하여 물었다.
"그대는 도대체 사람이냐, 귀신이냐?"
"저희들도 이곳의 백서들처럼 사람입니다. 단지 저희가 하계에서 사는지라
지상의 사람들과 교류가 없었을 따름입니다."
"그대의 나라에도 해가 있고 달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저희들은 농사를 지을 뿐만 아니라 소와 양도 기르고
있습니다."
"해가 뜬다고? 어디서 떠오른단 말이냐?"
"해는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집니다."
솔로몬은 하계의 인간에게 다시 물었다.
"그대들도 하나님께 기도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
"저희들은 항상 하나님의 전지전능하고 위대하심에 대해 찬양하고 있습니다."
"그대는 그대의 나라로 돌아가고 싶은가?"
"네, 대왕님. 빨리 저희 나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솔로몬은 아스모데우스를 불러 이 이상하게 생긴 인간을 하계로 다시 데려다
주도록 부탁했다.
그러자 아스모데우스는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일단 이 세상에 나오게 되면 두 번 다시 하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리하여 하계의 인간은 할 수 없이 이스라엘에서 살게 되었다. 그는 예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일곱 명의 자녀도 두었다. 자녀들 중 여섯 아이는
어머니를 닮았으나 한 명만이 아버지를 닮아 머리가 둘 달린 채로 태어났다.
세월이 흘러 하계에서 온 남자는 죽고 자식들에게는 막대한 재산이 남겨졌다.
유산을 분배할 때가 되자 어머니를 닮은 여섯 명은 "우리는 모두 일곱 명이니
일곱 등분을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머리가 둘 달린 아이는 "우리는 모두 여덟 명이다. 나는 두 사람이나
마찬가지니 두 사람 몫의 유산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며칠을 두고 다투었으나 해결은 나지 않고 형제간에 우애만 나빠지게 되자,
주위의 어른들이 솔로몬 왕에게 가서 재판을 받아보라고 제안했다.
이 재판을 맡게 된 솔로몬은 처음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덕망 있는
장로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별 수가 나오지 않았다.
솔로몬은 다음날에 있을 재판을 앞두고 하나님께 좋은 지혜를 빌려 주십사고
기도했다.
다음날, 솔로몬은 법정을 개정하고 방청객들 앞으로 머리가 둘 달린 사내를
불러들였다.
"나는 이자가 정말 두 사람인지, 아니면 한 사람인지 시험해 보겠소."
그리고 펄펄 끊는 물과 포도주와 헝겊을 가져오도록 명령했다. 세 가지가 다
준비되자 솔로몬은 물과 포도주를 섞은 후 그 속에 헝겊을 넣어 적셨다. 그리고
나서 펄펄 끊는 헝겊을 머리 둘 가진 사내의 한쪽 얼굴에 갖다댔다. 그러자 두
개의 머리는 동시에 울부짖었다.
"왕이시여, 잘못했습니다. 뜨거워 못 참겠습니다. 아아.... 우린 하납니다. 둘이
아니라구요. 제발 이 뜨거운 헝겊을 치워 주세요."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방청객들은 모두 머리 둘 달린 남자를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솔로몬은 욕심을 부린 둘 가진 사람을 꾸짖은 뒤, 재산을 일곱 등분으로
나누어 형제들에게 사이좋게 분배해 주었다.

판사의 자격은 겸허하고 언제나 선행만을 행하며, 무언가 경정을 굳힐 만큼의
위엄을 가지며, 현재까지의 경력이 깨끗해야 한다.--탈무드--

가장 큰 재산

어떤 배 위에서의 이야기이다. 손님들은 모두 큰 부자들이었으며 그 중에는
랍비가 한 사람 타고 있었다.
부자들은 서로 자기들의 재산을 비교하며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자 랍비가
말했다.
"내가 제일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은 내 재산을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마침 그때 해적이 배를 습격했다.
부자들은 금은 보석 등 자기들의 모든 재산을 잃었다. 해적이 사라진 뒤, 겨우
배는 어떤 낯선 항구에 닿았다.
랍비는 곧 학식과 교양이 높다는 것이 항구 사람들에게 알려져 학교에서
학생을 모아 가르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이 랍비는 배에서 함께 여행했던 지난날의 부자들과 만났으나, 모두
비참하게 가난뱅이로 전략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확실히 당신 말이 옳았소. 교양이 있는 자는 모든 것을 갖고 있는 것과
같소."
여러 가지 지식은 언제나 빼앗기는 일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으므로, 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솔로몬과 황금의 성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 세상 만물의 지배자가 된 솔로몬, 그가 다스리는
영토는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넓었다.
솔로몬은 그 드넓은 영토를 녹색 비단과 순금 장식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거대한 융단을 타고 마음껏 날아다녔다. 그의 곁에는 항상 옆에서 시중을 드는
자들이 있었는데 한 명은 인간으로서 '아사후'라고 이름했고, 또 하나의
정령으로 '레미라트'라고 불렀다. 또 다른 신하로는 백수의 왕 '사자'와 새들 중의
왕인 '오질로와시'가 있었다. 솔로몬 일행은 융단을 타고 밤낮으로 꼬박 열흘을
동서남북, 하늘과 땅을 구별하지 않고 날아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솔로몬은 하늘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멋진 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한 번도 이렇게 기막힌 성을 본 적이 없도다."
그 성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솔로몬 왕은 성 앞에서 융단을 착륙시키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시중꾼들을 데리고 그 성으로 다가갔다.
그 성은 마치 에덴 동산에 온 것처럼 멋지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었다.
대왕은 주의를 한 바퀴 돈 후, 성안으로 들어가지 위해 입구를 찾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성의 입구가 통 보이지 않았다.
"입구가 어디인지 도대체 모르겠군. 누가 좀 찾아보시오."
정령의 왕 레미라트는 부하들을 불러 성의 곳곳을 살피도록 시켰다. 지붕
꼭대기까지 올라가 살피던 부하들은 잠시 후 레미라트에게 보고했다. 솔로몬은
오질로와시에게 명령하여 지붕에 살고 있다는 독수리를 잡아오라고 시켰다.
솔로몬 앞에 대령한 독수리는 대왕께 인사를 드렸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에라나드라고 합니다."
"지금 몇 살이나 됐는가?"
"7백 살이옵니다."
"그렇다면 묻겠는데, 혹시 그대는 이성의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가?"
"성의 입구에 대해선 제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아, 제겐 형님이 있는데
그분이 혹시 아실는지 모르겠군요. 형님은 9백년이나 사셨으니까 혹시 대왕님의
물음에 답할 말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솔로몬 왕은 오질로와시에게 다시 명령하여 독수리 에라나드가 말한 그 9백살
된 독수리를 데려오도록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9백살 된 알레옵이라는
독수리가 오질로와시와 함께 나타났다. 그러나 그 독수리 역시 성의 입구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높은 곳에 사는 저의 큰 형님께
물어보면 혹시 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나이 많은 독수리가 왕 앞에 불려오게 되었다. 큰형 독수리는
알타먼이라고 불리우며 1천 3백 살이라고 대답했다. 그 독수리는
솔로몬으로부터 성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처음 이성을 보았을 때에도 역시 문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 아버지의
이야기에 의하면, 성의 서쪽에 입구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서 흙과 먼지로 입구가 매몰된 모양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성주변의 흙과 먼지를 날려버리면 문이 보이게 될까?"
솔로몬은 즉시 바람에게 명하여, 성주변으로 세찬 바람을 불러 일으키도록
했다. 얼마 후 흙먼지는 모두 날아가고 드디어 수천 년 동안 가려져 있던 녹슬은
청동빛 철문이 육중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솔로몬은 감탄을 발하며 그 문 곁으로 다가갔다. 커다란 자물쇠가 달려 있는
문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인간들이여, 기억할지어다. 이 호화로운 서에서 우리는 오랜 세월을 즐겁게
살아왔도다. 그러나 어느 해부턴가 흉년이 들면서 우리는 불행을 겪기
시작하였다. 그때는 아무리 많은 보물도 쓸모가 없었도다. 밀 대신 진주를
가루로 빻았지만 그걸 먹을 수는 없는 일.... 우리는 결국 이 성을 독수리들에게
넘겨주기로 했도다!'
자물쇠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 성에 들어가려면 문의 오른쪽에 있는 흙무더기를 파보아라. 그러면
유리상자가 나타날 것이다. 그 안에 든 열쇠로 자물쇠를 열라.'
솔로몬이 시키는 대로하자,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금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문이 또 나타났다. 그 문을 열자 루비, 에메랄드, 진주, 사파이어 등
온갖 보석들로 가득찬 광장이 왕을 맞아 주었다.
광장 옆으로는 작은 방들이 연이어서 여러 개 있었는데 방마다 보물이 가득차
그 휘황찬란함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솔로몬은 그 중 한 방에서 은으로 만든 전갈이 조각된 문을 발견하였다. 그
문을 밀어보니 쉽게 열리며 지하로 통하는 길이 왕 앞에 나타났다. 이
지하통로의 끝에는 아름답게 치장한 문이 또 하나 버티고 있었다.
솔로몬이 다가가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 성에 살고 있던 사람은 일찍이 강대한 권세를 자랑하며 호화롭게
살아왔다. 온갖 기쁨을 누리며 지냈지만 언젠가는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
마침내 죽음이 그를 찾아왔고 그의 생명도 다하였다 나그네여, 문을 열고
나아가 보라. 기적을 경험할 것이다.'
솔로몬은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물의 산이 나타났고 그 끝에 또 하나의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문 역시 문구가 써 있었다.
'이 성에 살던 사람들이 누리던 부와 명예도 죽음 앞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도다. 천 년 만 년 살 것 같았던 이 성의 사람들이 모두 무덤속에 잠든
지금, 그들의 자취는 간 곳 없고 재물과 보화만이 후세에 전하고 있도다.
솔로몬은 자물쇠를 열고 휘황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보석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벽에는 또 이런 글이 쓰여져 있었다.
'이 성을 다스리고 있는 나는 온갖 권세를 두 손에 쥐고, 이 세상의 책이란
책은 모두 읽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맛보며, 가장 아름다운 옷만 입으면서
살아왔다. 모두들 나를 두려워 하지만.... 그러나 나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다.'
솔로몬은 다시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세 개의 출구가 있었는데
문마다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 있었다.
그대가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시간은 그대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대도
언젠가는 노쇠하여 그대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어야만 하고, 결국엔
무덤 속에 그대의 몸을 뉘어야 한다.'
'시간이 흐른다고, 세월이 변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월은 흐르기
마련이고 변하기 마련이므로....'
솔로몬은 세 번째 있는 문의 문지방을 넘어 방으로 들어섰다. 그 방에는 한
가운데에 커다란 죄상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고 그 좌상의 좌우로 여러 개의
동상들이 서 있었다. 그 동상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생동감이 있어
보였다.
솔로몬이 커다란 좌상에 다가서자, 좌상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다.
"동상들아, 깨어나라. 솔로몬이 왔다. 그가 우리들을 해치려고 여기 왔다.
얼른 그를 막아라."
좌상의 고함소리가 끝나자마자 좌우에 기립해 있던 우상들의 코로부터 불과
연기가 뿜어 나오며 악마들이 일제히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솔로몬은 아주 큰 소리로 그들을 꾸짖었다.
"너희들이 감히 나를 협박하느냐? 이 세상 만물의 지배자인 내게 감히 누가
덤빈단 말이냐! 나에게 거역하는 놈은 가차없이 벌하고 말리라."
이렇게 호통치며 하나님을 부르자 동상들이 모두 힘없이 쓰러져 버렸고
악마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우상과 악마들을 순식간에 처치해 버린 솔로몬은 다시 좌상에 접근하여 그
입에 손을 집어넣었다. 거기엔 은으로 만든 쟁반 하나가 있었는데 그 위에
섬세하게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영리한 솔로몬조차도 난생 처음 대하는
문자여서 도저히 무슨 의미가 담긴 말인지 읽을 수가 없었다.
"고생 고생 하여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막상 여기 새겨진 글뜻을 알 수가
없으니 말 할 수 없이 허무하구나."
그때 솔로몬 왕이 있는 곳으로 한 젊은이가 들어왔다. 그 청년은 왕 앞에
나와 정중히 절을 한 후에 말했다.
"하나님께서 대왕님을 도와드리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솔로몬은 주님의 은총에 감사한 뒤, 은쟁반을 젊은이에게 보여 주었다.
젊은이는 그 글자를 살피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에 의미를 파악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문자는 헬라어입니다. 은쟁반에 쓰인 글의 내용은 이런 뜻입니다. '짐은
에어드의 아들인 서다드 왕이다. 주변의 모든 나라를 지배하는 권세와 온 나라를
꽉 채울 만큼의 부를 가진 나였지만, 그러나 죽음의 사자가 가까이 오니 짐도
무력할 수밖에 없구나. 바라건대 이 글을 읽는 자는 금은 보석 같은 허망한
재화에 집착하여 번뇌에 빠지지 말고 인생의 종착역은 결국 죽음임을 명심하여
좋은 덕을 쌓는데 힘쓰도록 하라. 죽은 후에 남는 것은 자기 이름 몇 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진짜 어머니

솔로몬 왕은 매우 현명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어느 날 두 여자가 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서로 자기 아이라고 다투며, 솔로몬 왕에게 재판을 청해
왔다.
솔로몬 왕은 여러 가지 사실을 조사해 보았지만 자기도 어느 쪽의 아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유태인의 경우 소유물이 어느 쪽에 속하는가 알 수 없을
때에는, 공평하게 두로 나누는 것이 통상의 관례였다. 그래서 솔로몬 왕은 이
아기를 칼로 두 토막으로 자르도록 명했다.
그러자 한쪽 어머니는 갑자기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그렇게 하려거든 차라리
그 아이를 저쪽 여자에게 넘겨주라고 외쳤다. 그 광경을 보고 솔로몬은
"너야말로 진짜 어머니다."라고 말하며 아이를 넘겨주었다.

어린이는 부모가 이야기하는 모양을 흉내낸다. 성격은 그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알 수 있다.--탈무드--

솔로몬의 재판

안식일에 세 사람의 유태인이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그 무렵에는 은행이
없었기 때문에 세 사람은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함께 땅에 묻었다.
그런데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은밀히 그 장소에 돌아가 돈을 몽땅 가져가
버렸다.
이튿날 세 사람은 지혜로운 임금님으로 알려진 솔로몬 왕을 찾아가 세 사람
가운데 누가 훔쳤는가를 밝혀 달라고 했다.
그러자 솔로몬 왕은 말했다.
"당신들 세 사람은 대단히 현명한 사람들이므로 내가 지금 재판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먼저 협조해 달라, 그러면 당신들 세 사람의
문제는 내가 재판해 주겠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떤 젊은 아가씨가 어떤 남자와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자 아가씨는 다른 남자와의 사랑에 빠져 맨 처음의 약혼자를
만나 헤어지자고 했다. 그녀는 그 때문에 위자료를 주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 번째 남자는 위자료는 필요 없다고 말하며 그녀와의 약속을
취소했다.
그녀는 많은 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노인에게 유괴되었다.
그녀는 "나는 결혼하려고 약속했던 남성에게 약혼 취소를 요구했음에도
위자료도 받지 않고 헤어져 주었습니다. 당신도 똑같은 일을 내에게 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노인은 돈을 받지 않고 그녀를 유괴에서 풀어 주기로 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솔로몬 왕이 물었다.
"이 가운데서 누가 제일 칭찬 받아야 할 행위를 한 사람일까?"
그러자 첫째 사나이가 말했다.
"맨 처음 그녀와 약혼을 했지만 약혼을 취소하고 위자료도 받지 않았던
사나이가 칭찬을 받아야 합니다. 그녀의 의사를 무시하면서까지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돈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사나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그 아가씨야말로 칭찬 받아야 합니다. 그녀는 용기를 갖고 맨
처음의 남자에게 약혼 취소를 요구하고 진정으로 사람하고 있는 사나이와
결혼했습니다. 이거야말로 칭찬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사나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 이야기는 뒤죽박죽이어서 나는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첫째 유괴한
사람도 돈 때문에 유괴했는데도 돈을 빼앗지 않은 채 풀어 주었다니 이야기의
줄거리가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솔로몬 왕은 큰 소리로 세 번째 사나이를 가리키며 "네가 돈을 훔친
범인이다!"하고 외쳤다.
"다른 두 사람은 애정이라든가 아가씨와 약혼자 사이에 존재하고 있던
인간관계, 그 사이에 있던 긴장된 분위기 같은 것을 곧 알아차렸는데도 너는
돈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네가 틀림없는 범인이다!"

참다운 이득

몇 사람의 라비가 악인의 무리와 마주쳤다. 이 악인들은 흡사 흡혈귀와도
같은 악질 인간들이었다.
그만큼 교활하고, 그만큼 잔인한 인간들은 이 세상에 없었다.
한 사람의 라비는 이러한 인간들은 물에 빠져서 모두 죽어 버렸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비 가운데에서 가장 위대했던 라비는 이렇게
말했다.
"아내야, 유태인으로서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되오. 아무리 이 인간들이
죽어 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러한 일을 기도해서는 안 되오.
악인들이 멸망하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악인들이 참회하는 것을 바라야 하오."
악인을 벌하는 것은 이쪽에 있어서는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들을 회개시키거나, 이쪽 편에 끌어들이지 않는 한 손해가 될 뿐이다.

말을 훔친 페니야

솔로몬은 시간이 나면 장기 두기를 즐겼다. 지혜롭기로 이름난 솔로몬이었던
만큼 그의 장기 기술은 상대방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듯 능수 능란하여서 한 번도
지는 일이 없었다.
어느 날, 솔로몬은 그의 고문인 베나야와 함께 장기를 두고 있었다. 깊이
생각을 하며 장기를 두어나가는 솔로몬인지라 장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베나야의 패색이 짙어졌다.
이제 베나야가 둘 차례였지만, 묘한 수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성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는지라
호기심이 생긴 왕은 장기를 두다 말고 일어서서 창가로 가서는 밖을
내다보았다.
베나야는 그 틈을 타서 솔로몬의 장기 중에서 한 개를 슬쩍 감추어 버렸다.
왕은 다시 돌아왔지만, 말 한 개가 부족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장기를 두었다. 시간이 흐르자 황의 형세는 차츰 불리해져 갔고 급기야 패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항상 지기만 하던 베나야는 처음으로
승자가 되었다.
왕은 패했다는 데 대하여 화가 났다. 자기보다 잘 두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베나야가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것이다.
왕은 패한 이유를 알아보려고 처음에 시작할 때처럼 말을 늘어놓고는 곰곰히
생각하면서 처음부터 말을 한 개씩 한 개씩 두어 나갔다. 그리고는 마침내 말
한 마리가 중간에 없어져 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밖을 살피러 창가로 갔을 때 베나야가 말을 하나 숨긴 게 틀림없어.
패해 가던 베나야가 그 다음부터 이기기 시작했거든. 사람을 속이다니, 고약한
행동을 했구나. 내가 직접 대놓고 꾸짖지 않아도 스스로 고백하도록 하리라."
솔로몬은 그 후에도 베나야에게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어둠이 깔린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얼굴이 험상궂고
어깨에 자루를 멘 두 사내가 무엇인가 수군대면서 지나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차림새나 하는 짓거리로 보아 도둑질을 하러 가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되었다.
왕은 곧 방으로 돌아와서 왕의 옷을 벗고 허름한 평민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거리로 나가 그 두 사내를 따라갔다. 이윽고 두 사내와 만난 솔로몬은
그들과 인사를 한 후 좋은 계획을 하나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나도 과거엔 도둑질깨나 한다는 사람이었다오. 자, 여기 왕이 거처하는 방의
열쇠가 있소. 나는 그곳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잘 알고 있소. 오래
전부터 왕궁을 털 생각으로 계획을 착착 세워왔는데 미처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이럭저럭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소. 어떠시오, 형씨들. 나랑 한 번 일을 벌여 볼
생각이 없소?"
두 사내는 솔로몬의 계획을 좀더 자세히 듣고는 그럴싸하다고 판단을 내려
함께 일할 것을 승낙했다.
"왕궁의 구조를 잘 안다고 했소? 그럼, 그곳으로 들어가는 건 당신이
앞장서시오. 물건을 훔치는 일은 우리가 할 테니...."
"좋소. 하지만 지금은 일러서 안돼요. 좀더 기다렸다 합시다. 예루살렘 성이
아주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길 때까지."
이윽고 시간이 흘러 한밤중이 되자 왕은 두 도둑에게 행동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솔로몬을 따라 궁전으로 들어간 두 도둑은 여기 저기 널려있는 진귀한
것들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아무 물건이나 집어서는 자루에 넣으려고 했다.
"이런 물건은 가져가나 마나 부피만 차지할 뿐이오. 저쪽으로 가면 이것보다
몇 배나 값나가는 보물들이 있으니 그 쪽으로 가도록 합시다."
생전 처음 보는 보물들에 얼이 빠진 도둑들은 왕이 이끄는 대로 따라 갔다.
"자, 마음껏 가지시오. 나는 그 동안 밖에 나가 망을 보고 있을 테니까."
왕은 방밖으로 나오자마자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그리고는 왕의 엄위를
갖추고 호위병을 불러들였다.
"내 방에 도둑이 들어있다. 지금 이 방에 들어있으니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라."
다음 날 아침, 왕은 재판을 열었다.
"이 곳에 계시는 장로 여러분들과 공명정대하신 방청객 여러분, 이 자리에
현장에서 잡힌 도둑이 있소. 그것도 보통이 물건이 아닌 국왕의 물건을 훔치려
했던 자요. 이자를 재판하고 싶은데 어떻게 벌하면 좋겠소?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군요."
왕의 말을 듣고 있는 베나야는 몰이 오돌오돌 떨리고 심장이 뚝 멎는 것만
같았다. '왕의 물건을 훔친 자'라고 했는데 그건 꼭 왕이 장기의 말을 훔친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인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법정은 자기를 처벌하려고 열린
재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한층
무거운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베나야는 얼른 왕 앞으로 나아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는 용서를 빌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때 대왕님이 창가로 가셨을 때 제가 몰래 대왕님의
말 한 개를 숨겼습니다. 제가 이겼던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대왕님, 두 손
모아 비오니 제발 용서해 주시옵소서."
솔로몬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용서를 빌고 잇는 베나야의 모습을
내려다보고는 껄껄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그 일 때문에 법정을 연 것은 아니오. 난 그런
사소한 일은 이미 잊은 지 오래요. 어제 저녁에 내 방에 들어와 보물을 훔쳐
가려고 하던 도둑을 잡았길래 그 도둑을 재판하려고 이 법정을 연 것이오. 법관
여러분, 부디 정당한 심판을 내려주기 바라오."
솔로몬은 이렇게 베나야를 직접 꾸짖지 않고도 베나야 스스로 실토하도록
만들었다.

시바 여왕의 수수께끼

다윗이 죽고 솔로몬이 그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을 때,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온갖 동물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주셨다. 그리고 어둠의 정령, 악령, 요귀와
마귀도 그의 앞에서는 무릎을 꿇도록 만들어 주었다.
또 솔로몬은 짐승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힘도 갖게 되었다.
솔로몬이 왕위에 즉위하여 태평성대를 누리던 어느 날, 포도주에 얼큰히 취한
솔로몬은 기분이 좋아져서 온갖 동물들과 온갖 어둠의 혼령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나선 그들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며 연회를 즐기고자 했다.
왕의 서기관이 새와 짐승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호령하자, 이름을 불린
짐승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솔로몬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었다.
왕이 인사를 하는 동물들에게 답례하고 가만히 살펴보니 노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분이 상한 왕은 뇌조를 잡아들여 벌을 주라고 명령하였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고 얼마 후, 뇌조가 스스로 날아와 머리를 조아리며
왕에게 아뢰었다.
"온 세상의 만물을 다스리는 대왕이시여! 제가 오늘 늦은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말을 들어보시겠습니까? 그러니까 한 세 달 전쯤의
일입니다. 저는 대왕의 은덕을 충족히 입는 터라 아무런 걱정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동물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전 혼자
결심하였습니다. 세상의 곳곳을 두루 돌아다니며 아직도 대왕의 은덕이
펼쳐지지 않은 곳이 혹시 있지 않나 알아 봐야겠다구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던 중, 동방에서 키틀이라 불리우는 도시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이 키틀이란 도시가 있는 나라는 온통 순금으로 뒤덮여
있고 은 따위는 길바닥에 쓰레기처럼 나뒹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나무도 숲도
천지가 창조된 그때의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경치 또한 말할 수 없이
아름답더이다. 그 나라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활을 쏠 줄도
모를 뿐더러 전쟁이란 말조차 무엇인지 알지 못하더군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시바의 여왕'이라고 불리운다고 하더군요. 만약 대왕께서 명령하신다면
제가 다시 키틀로 날아가서 시바의 여왕을 데려다 대왕 앞에 대령하겠나이다."
뇌조의 이야기를 다 들은 솔로몬 왕은 시바라는 나라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고
여왕이라는 사람도 보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뇌조의 제안에 따르기로 하고,
서기관을 시켜 편지를 쓰게 하여 그것을 뇌조의 날개에 매달아 주었다.
뇌조는 솔로몬의 명을 받고 다른 새들과 함께 하늘 높이 날아 시바의 키틀을
향해 날아갔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시바의 여왕은 기도를 올리려 궁전을 나섰다가 하늘 저
끝에서 새의 무리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새떼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밝게 빛나던 태양이 새떼에게 가려 주위는
칠흑으로 변하고 말았다.
놀란 여왕이 대신들과 함께 깜깜해진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내조 한
마리가 사바의 여왕 앞으로 내려와 앉았다.
여왕은 내조 날개에 편지가 매여 있는 것을 보고 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궁금한 마음으로 그 편지를 풀어 읽어보았다.
'사바의 여왕과 신하들에게 우호의 인사를 드리는 사람은 왕 솔로몬이 오다.
하나님은 내게 세상의 온갖 힘을 주신 바 있소.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과 나라들은 모두 내게 조공을 받치고 있소. 그런데 단 한 나라,
당신들의 '시바'라는 나라만은 내게 인사조차 없던 것으로 기억되오. 만일
여왕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내게 조공을 바쳐 온다면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내리지 않은 경의를 표할 것이오.
그러나 만약 그대의 나라가 나의 희망을 거역한다면, 나는 강력한 군대를
동원하여 시바 왕국을 공격할 것이오. 또 정령들을 시켜 당신의 나라 백성들을
괴롭히게 만들고 동물들을 보내어 전답을 모조리 밟아 망가뜨리라고 시키겠소.
어떻게 하겠소?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는 모두 당신에게 달렸소이다.'
솔로몬의 편지를 다 읽은 여왕은 즉시 대신들을 불러 모아 솔로몬의 편지
내용을 말해주고 의견을 물었다.
"솔로몬이라는 이름의 왕은 들어본 적조차 없습니다. 그의 편지에 신경 쓰지
마십시오."
대신들은 솔로몬의 위협에 넘어가지 말라고 여왕을 부추겼다. 그러나 여왕은
대신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여왕은 온 나라에 공고를 내어
사공들을 모았고, 많은 배에 값진 보물을 가득 싣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나서
키와 몸매가 같고 생년월일이 같은 6천명의 남녀를 모아 붉은 색의 옷으로 갈아
입히고 뱃길을 떠났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3년이 지난 후, 드디어 시바의 여왕은 솔로몬의 성이
있는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솔로몬은 우선 장군 베나야 벤 요다야를 보내어 여왕 일행을 맞이하도록
했다. 베나야는 대단한 미남자로 시바의 여왕은 베나야를 보자 솔로몬 왕인 줄
알고 인사를 하려고 얼른 마차에서 내렸다.
베나야는 놀라서 그 이유를 물었다.
"왜 마차에서 내리십니까?"
"솔로몬 왕께 인사를 드리려구요."
"아, 아닙니다. 나는 왕이 아닙니다. 난, 대왕 곁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일
뿐입니다."
시바의 여왕은 베나야의 안내를 받으며 솔로몬에게로 나아가게 되었다.
솔로몬은 시바의 여왕이 곧 도착한다는 전갈을 받고는 성을 나와, 유리로 된
궁전으로 들어가 여왕을 맞을 차비를 하였다. 여왕은 솔로몬이 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옷이 젖을세라 치맛자락을 둘둘 걷어 올리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솔로몬은 본의 아니게 여왕의 다리를 구경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왕은 마치
남자의 다리처럼 털이 수북이 나 있었다.
"나는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었소. 그런데 그대의 아름다움은
다른 여자의 아름다움과 다를 바가 없으나 그대의 다리는 다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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