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조한빛 기자]“미국의 유명한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로마로 가서 제도가 됐고, 유럽으로 가서 문화가 됐고, 마침내 미국으로 가서 기업이 됐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국으로 와서 대기업이 됐다”
영화 ‘쿼바디스’에서 나오는 대사다. 쿼바디스는 한국교회의 문제를 고발한 다큐영화로, 지난 10일 개봉과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 종교 영화임에도 관객은 비 종교인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만큼 한국교회의 문제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다.
영화는 대형 교회 목사들의 불법 횡령ㆍ세습ㆍ성폭력ㆍ전별금 등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욕심과 탐욕으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그러다보니 기독교계의 반발도 크다. 이들은 영화를 상영하려는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에 조직적으로 공문을 보내 ‘쿼바디스’의 영상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행사,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다수 관객들은“이정도로 더러울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곪을 대로 곪은 한국교회의 근본적 문제와 해결책을 알아보자.
▲대형교회 목사들의 불법 횡령부터 세습ㆍ전별금ㆍ성범죄까지
‘쿼바디스’는 3천 억 원이 넘게 들어간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건설 현장에서 시작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탈세ㆍ배임 사건,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여신도 성추행 의혹, 나아가 ‘전두환을 위한 기도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교회 세습과 전별금 문제 등 실제 자료 화면과 인터뷰를 통해 교회가 돈과 권력과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른바 대형교회 스타 목사들의 이력이다. 최근에만 이런 일이 있었을까? 과거에도 교회는 일제에 타협하며 권력을 유지해나가는 부패성을 보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비행기를 헌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심사참배를 받아들임으로 종교인의 마지막 양심까지 버렸고 각종 시국좌담회나 국방헌금 헌납 등의 활동도 줄을 이었다.
나아가 전두환 대통령을 위한 기도회를 여는가 하면 평화기도회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연설자로 초청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관계자들은 목사들의 양심과 신앙심의 결핍, 일제 강압 외에 기득권 유지에 대한 욕망 등이 깔려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의 스타 목사들의 이력도 마찬가지다. 자금을 모아 대규모 교회 건물을 짓고 신도를 끌어들인 다음 채무를 충당하고, 돈에 눈이 멀어 탈세와 세습을 일삼고 있는 모습 내면에는 ‘탐욕’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 어디로 가야하나?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어디로 가야할까? 김재환 감독은 권력과 탐욕으로 얼룩진 교회를 정면으로 막아서고 예수님이 성전에서 좌판을 엎었던 것처럼 우리들도 불의에 침묵하지 말고 비난의 목소리를 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인들이 타락한 기독교에 반기를 드는 제2의 종교개혁만이 최선의 답일까? 가톨릭의 끝없는 부패와 타락에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난 것처럼 예수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한국교회에도 종교개혁이 일어나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답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개혁’도 철지난 말이란다. 결국 지도자들이 권력과 탐욕을 버리지 않으면 계속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영화를 본 무신론자들은 이렇게 묻는다. “종교를 종교가 아닌 면죄부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반성조차 하지 않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교인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또한 “무지해서 맹목적으로 믿는 건지, 세뇌된 것인지, 돈과 권력에 미쳐있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자들의 말을 듣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라고 말한다.
과거 사랑의 교회 창설자 옥한흠 목사의 아들 옥성호씨도 “한 사회가 타락하고 몰락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중립의 다수들이다. ‘생각 없는 사람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런 사람이 많을수록 타락한 지도층은 행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는 교인들에게도 묻고 있다. “당신은 정말 예수 믿는 사람 맞습니까?” 목사를 쫓는 신앙을 하는 것인지, 복음을 쫓는 신앙을 하는 것인지.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길을 재정비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