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나님과 다툴 일이 없다. 오로지 인간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 . 나는 서구 사회의 모든 대학과 도서관을 심판대에 올리고 싶다. 고대인에게 대한 악의에 찬 수백만의 글들을 보관하고 있는 죄를 고발하고 싶은 것이다. 과학과 진리라는 미명아래 감추어진 살인적인 단검과 같은 글들을 보관하고 있는 죄를 , 난 증오가 마치 영원한 빛으로 타오르고 있는 무수한 교회의 설교단을 심판대에 올리고 싶다. 평소처럼 열차를 안내하기 위해 작은 깃발을 들고 서 있는 그 열차의 차장을 난 심판하고 싶다. 나는 너무나도 일상적인태도로 수많은 사람을 죽인 흰가운을 입은 의사들을 심판대에 올리고 싶다. . . . 또 인간을 그토록 가치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린 문명사회를 심판대에 올리고 싶다.”
유대인 엘리아크는 그녀의 어머니가 나치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그 때과연 하나님은 뭘하고 계셔느냐?”고 따져 물었던 레먼이 그런 상황에서도 원망하지 않고 서있는 그녀에게“당신은 할 말이 없느냐?”고 했을 때 침묵했습니다. 위의 글은 후에 그녀의 일기장에 왜 그때 아무 말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털어 놓았던 글입니다.
우리의 지성은 과연 세상을 선하게 만드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됩니다. 우리의 의술은 생명을 연장시키고 온갖 질병이나 전염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도록 합니다. 지식은 여러가지 재앙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우리의 삶을 더욱 편하고 윤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반대로 대량 살상무기를 만들어 내어서 많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공격헬기가 공중에 떠서 스크린에 나타난 적군을 무차별 공격하고도 도무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합니다. 또 드론이란 비행체를 만들어서 군인이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도 않고 사람을 죽입니다.
위의 글은 ‘사람이 지성이 있다고 하는 데 어찌 인간이 그럴 수가 있느냐?’는 말입니다. 그녀는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선악의 결정권이 있다고 하는 인간이 그럴 수 있느냐에 대한 탄식이기도 합니다. 과연 우리의 지성에 희망이 있을까요? 지성도, 종교마저도 세상권력 앞에 섰을 때 참으로 무기력하고 그런 권력에 아부하고 또 앞장서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질문을 합니다.
소위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독재의 앞잡이가 되고 후에는 조금의 반성도 없다고 한다면 우리의 지성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돈 자체가 의미가 없듯 우리의 지성도 그렇습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생명을 구하기도 하고 죽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