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법] 엘리 제사장 아들들의 올무
- 이재만 변호사 (충신교회 안수집사)
사냥꾼들은 짐승을 잡기 위해 덫을 놓는다. 덫 중에는 철사 줄로 둥그렇게 매듭을 지어 나무 등에 묶어 놓는 올가미가 있다. 이러한 올가미를 올무라고 한다. 일단 올무에 발이 걸린 짐승들은 빠져 나오려고 힘을 쓸수록 자신의 힘에 의해 더욱 조여지고, 더욱 조여질수록 고통이 심해진다. 결국 더욱 힘을 쓰는 악순환 속에서 철사가 살 속에 깊이 박힌 채 탈진하게 된다.
그런데 올무는 다른 덫과 달리 사람에게는 별로 해가 되지 않는다. 올무에 걸리면 그냥 풀어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사람도 살다 보면 올무에 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무에 걸렸다해도 순리적으로 올무에 걸린 사실을 인식하고 올무를 푼 후 툭툭 털고 일어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올무에 걸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올무를 끊으려고 힘을 주었다가는 산짐승처럼 큰 상처를 입는다.
죄를 지은 자들은 법이 쳐놓은 올무, 즉 법망에 걸리기도 한다. 즉시 잘못을 뉘우치고 올무를 풀면 되는 경우에도 자신은 올무에 걸려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힘을 쓰다가 더 큰 낭패를 본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진실을 은폐하려다 제대로 된 변론의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 심지어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거나 증거를 조작해 올무에 더욱 옥죄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SNS시대에는 정보의 전파속도가 광속으로 변하였기 때문에 법의 올무에 걸렸을 때 즉시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때를 놓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지난 5월 항공기 ‘램프리턴사건’이 있었다. 한 임원이 승무원의 잘못을 나무라면서 게이트를 떠난 항공기를 다시 게이트로 되돌린 것이다. 다른 항공사와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임원은 직원들의 고객에 대한 응대 태도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 예민한 행동은 즉시 보도가 되었다.
임원은 5일정도 지난 후에 잘못을 인정하고 올무를 풀려고 하였지만 이미 때를 놓친 것이다. 아마도 문제의 램프리턴에 대한 보도가 된 즉시 잘못을 인정했다면 그렇게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SNS시대는 정보의 전파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올무에 걸린 사람이 즉시 올무에 걸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구구한 변명이나 힘으로 끊으려 하다가 신뢰를 잃기 때문에 문제해결의 시기를 놓치기 쉽다.
사무엘상 2장에 보면 엘리 제사장의 아들들은 그들의 권력을 이용해 제사하는 물건을 강탈하고 회막에서 수종하는 여인들을 범하였다.
이에 엘리 제사장은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어찌하여 이런 일을 하느냐 내가 너희의 악행을 이 모든 백성에게서 듣노라 내 아들들아 그리하지 말라 내게 들리는 소문이 좋지 아니하니라 너희가 여호와의 백성으로 범죄하게 하는도다 사람이 사람에게 범죄하면 하나님이 심판하시려니와 만일 사람이 여호와께 범죄하면 누가 그를 위하여 간구하겠느냐 하되 그들이 자기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그들을 죽이기로 뜻하셨음이더라”(삼상2:23∼25)고 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잘못한 이후에 어떻게 행동하느냐다. 올무에 걸리게 마련인 인간이 올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올무에 걸린 사실을 인정하고 회개하며 스스로의 손으로 올무를 풀 것인가, 올무에 걸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올무를 끊기 위해 변명과 교설로 스스로 파멸의 길로 갈 것인가?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