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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혈관망, 괴망 (Wonder 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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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액순환계는 물질운송을 위해 체내에서 운행되는 순환궤도와 같다. 여기에는 심장으로부터 몸으로 가는 체순환과 폐로 가는 폐순환, 그리고 심장자체를 위한 관상순환 등이 있으며, 혈액성분의 성질에 따라 동맥, 정맥, 림프로 구분할 수 있다.

동맥혈은 심장으로부터 힘차게 밀려나올 때는 압력이 세다가 점차 줄어들어 동맥측 모세혈관에 가면 최소가 된다. 여기에서 대부분의 혈액성분은 정맥측 모세혈관으로 이어져 그대로 흐르지만 일부는 조직 속으로 스며들어 조직액에 더하여진다. 계속 이렇게 스며들기만 하면 조직액이 너무 많아지므로 조직으로 스며든 만큼의 조직액을 다시 회수하는 관이 있는데, 이 관을 림프관이라 하며 림프관 내를 따라 흐르는 조직액을 림프액이라 한다. 림프액은 림프결절에서 생성되는 림프구를 받아 흐르다가 쇄골하정맥에서 정맥과 만나 합해져 심장으로 되돌아오게 되며, 결국 심장에서 나간 동맥피와 최종적으로 심장에 되돌아온 정맥피의 양은 항상 일정하게 된다. 이상이 간단히 요약해 본 혈액의 순환과정이다. 

(그림 1)  인간의 혈액순환계 모식도 : 동맥피의 양은 정맥피와 림프액의 합한 것과 항상 동일하다. 

그런데 혈액이 온 몸을 순환하는 동안 때로 특별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특이한 순환 환경 때문에 특정한 부위에서는 온도를 바꾸어 흘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한 예로 물고기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동물학을 전공하는 필자는 해양생물들의 생활상을 관찰하고자 스쿠버 다이버가 되어 바다 속에 잠수하면서 수많은 종류의 물고기 무리들이 오르락내리락하거나 이리 돌고 저리 돌고 하는 환상적인 모습들을 관찰한 경험이 있는데, 물고기들이 이렇게 뜨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는 것은 바로 부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레가 없는 상어, 홍어 및 가오리 등은 물밑 바닥에서 쉬어야 하고, 몸을 움직여서 스스로 부력을 일으켜야 한다. 이들이 물에 뜬다는 것은 사람이 수영을 하듯 몸을 움직이는 만큼 뜨는 것이다.

그러면 부레는 어떠한 작용으로 물고기를 물 속에서 뜨거나 가라앉게 하는 것일까? 부레는 앞, 뒤 두 부분으로 크게 구분되도록 중간이 잘록하게 된 풍선 모양으로 되어 있다. 앞 부분에는 동맥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서 망을 이루고 있으며, 산소를 저장하고 분비하는 괴상한 혈관망이 있어서 고기가 뜨고 싶을 때는 산소를 분비해 부레를 부풀리고, 가라앉고 싶을 때는 뒷부분에서 산소를 흡수하여 부레의 부피를 줄인다. 이러한 혈관망의 작용으로 물고기는 바다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정교하게 위아래로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2) 어류의 부레 : 어류의 부레에는 앞쪽에 괴망이 있어 산소를 분비하여 부력을 얻고, 뒤쪽에서는 산소를 흡수하여 부력을 낮춘다. 

이 괴이한 혈관망을 한국의 생물학 용어로는 괴망(怪網), 일어로는 기망(奇網), 영어로는 원더 넷(wonder net), 학술용어로는 레테 미라빌레(rete mirabile)라고 부른다. 모든 생물학 용어나 의학 용어는 어떤 구조물의 모양이나 기능을 나타내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물고기의 부레가 가지는 이 혈관망에 대해서는 오직 감탄사 그 자체가 이름이다. 얼마나 놀라운 기능이면 이런 이름들을 붙였을까 싶다. 

물고기 외의 다른 동물에서도 이와 같은 괴상한 혈관망들을 볼 수 있다. 철새들은 추운 날씨에 잠을 잘 때는 되도록 피부의 노출을 막기 위해 몸을 움츠리고 부리까지도 털 속으로 집어넣는다. 그러나 얕은 물 속이나 차가운 흙 또는 얼음 위에서는 몸통을 낮추어 잘 수가 없으므로 한쪽 다리만으로 온몸을 받친 채 잠을 잔다. 왜 한 쪽 다리로만일까? 물론 되도록 몸의 노출을 줄임으로 결국 체온을 보호하고자 함이다. 그런데 한 쪽 다리가 그 차가운 물, 또는 흙 속에 박혀 있는데 어떻게 체온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일까? 여기에 신비가 있다. 새의 상태를 한 번 보자.  

(그림 3) 학의 자는 모습 : 새가 한 발로 자는 이유는 체온을 보호하기 위함으로, 
발목에 있는 괴망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새의 몸통을 흐르던 더운 피가 그대로 발로 내려가면 새는 동상에 걸릴 것이고, 발을 통과한 찬피가 그대로 몸통으로 올라가면 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체온이 낮아져서 결국 얼어죽고 말 것이다. 하지만 아직 얼어죽었다는 철새가 없는데, 그 비밀은 바로 새의 발목에 있는 예의 그 괴망(怪網)에 있다. 발끝에서 냉각되어 올라온 정맥피는 이곳에서 동맥피의 열을 받아 따뜻하게 데워진 다음에야 몸 안으로 들어가고, 이 과정에서 열을 방출한 동맥피는 냉각되어 발끝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괴망은 혈액의 순환 속에서 일종의 열교환장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며, 이로 인해 철새들이 생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할 수가 있을까. 진화는 수천만 또는 수억 년의 개념으로라야 설명이 가능한 일인데 이 새들의 경우는 추운 날 하루 저녁 내에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 언제 시행착오적으로 진화할 여유가 있는가 말이다.

또 다른 경우를 생각해 보자. 포유동물이나 사람의 정소(고환)는 음낭이라고 하는 별도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 사람의 경우를 보면 난소는 복강 안에 있으면서 신체 온도인 36.5℃에서 모든 기능을 다한다(여성호르몬과 난자의 생성). 그러나 정소는 복강 같은 더운 환경에서는 기능을 다할 수 없다. 남성호르몬(안드로겐)과 정자를 생산하기 좋은 온도는 33℃∼35℃로 체온보다 2℃∼4℃가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아 발생시 난소와 같은 장소에서 발생을 시작한 정소는 음낭 내로 옮겨지고 음낭과 복강 사이는 칸막이로 막히게 되며, 이에 의해 보통의 경우 몸통의 열이 음낭으로 직접 전달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기온이 높거나 체온이 올라갈 어떤 이유가 생겼을 때는 몸통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고자 음낭이 늘어져 밑으로 처지게 되고, 추우면 몸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그러면서도 음낭 내 정소의 입구에는 예의 정맥총인 그 괴망(만상총, pampiniform plexus)이 있어서 몸에서 내려오는 동맥의 더운 피는 그곳을 지나며 미리 식어지고(precooling), 또 정소를 나간 피는 그곳에서 미리 데워짐(preheating)으로써 결국 몸통을 흐르는 피와 정소를 흐르는 피가 서로 다른 온도에서 흐르도록 조절되고 있다. 신체가 그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적절한 환경이 혈관을 통한 혈액의 흐름으로 조성,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 4) 남성의 음낭 해부도 : 고환으로 들어가는 피는 미리 식혀지고. 
나온 피는 미리 덥혀진 후 체강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상에서 예시한 몇 가지 괴망들은 동물이나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 없이 가지게 된 것들이다. 그것들이 없었더라면 그 동물이나 사람의 오늘이 있을 수가 없었을 테니, 세월과 더불어 우연히 생겨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만약 그랬다면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모두 멸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생물들 각자의 독특한 생존 방식을 가능하게 하는 이러한 절묘한 섭리들을 보면서 결국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주제발문) 혈액은 온 몸을 순환하는 동안 때로 특이한 순환 환경 속에서 특별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으며, 생물들은 이에 의지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생존에 필요한 기능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 게시물은 Admin님에 의해 2016-09-20 22:54:26 목회자료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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