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다 같은 내 민족 내 동포 아닙네까
평양에 도착한 우리는 연방 셔터를 눌러대고 뛰어 다니기가 일수였다. 고려호텔에 여장을 풀고 3박4일 일정 중 우리가 보고 느낀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153명 일행 중 우리 조가 방문한 곳은 김일성종합대학교와 모란봉제1중학교, 평양육아원이었고, 다른 조가 방문한 곳은 남포육아원, 제2인민병원, 인민대학습당이었다. 공동 방문한 곳은 평양신학교 옛 터에 세웠다고 하는 봉수교회, 정성제약회사, 평양육아원, 만경대소년학생궁전, 만수대, 만경대, 주체사상탑, 개선문 등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잠을 잘 수 있겠나 오랜 시간 기도하곤 했다. 칼눈 뜨고 핏발 서리만치 눈여겨 바라본 평양을 중심한 북한 모습은 의외로 많지만 두 가지만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묘향산 방문 때 일이다.
산에 오르는 좁은 길로 오르는 작은 광장 입문 바위 앞에 매표원인 듯한 젊은 아낙네가 의자에 덩그라니 앉아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바위 앞에 골판지로 쓴 것으로 기억되는 작은 간판이 붙어있었다. 입장료가 내국인과 외국인의 요금이 달랐다. 내 가슴에 이름표가 붙어 있고 캠코더와 디카를 번갈아 들었기에 내가 조금전 올라간 수십 명 일행들의 한 사람이라는 것은 그녀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일어나 동태를 살피는 아낙네에게 호기심이 발동하여 이렇게 물었다. “나는 내국인입니까? 외국인입니까?” 갑작스런 질문에 그녀도 당황한 듯 대답을 못하고 서있다. 마침 길 내려오던 간부인 듯한 이가 이 광경을 보고 나와 그녀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시골스럽게 차려입은 이 젊은 아낙네가 정신이 난 듯 양팔을 허리에 붙이고 정자세를 하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다 같은 내 민족, 한 동포 아닙네까?”
두 번째는 제2일 모란봉제1중학교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교사 학급들을 부지런히 돌아본 후 우리가 최종 안내된 곳은 강당 공연장이었다. 중학생들의 공연은 수준급이었다. 마치 기계라고 할 만큼 잘 다듬어진 앙증스런, 어쩌면 딱한 모습들이었다. 여행 후 캠코더로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를 가지고 편집하면서 놀라운 것을 발견하였다. 40여분 공연 후 출연자 10여명이 모두 나와 환송 합창으로 끝냈는데, 클로즈업 된 큰 세 여자 아이들과 한 작은 여자 아이의 두 눈들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 소녀들의 눈물은 무슨 눈물이었을까? 세뇌되어 남반부 방문객들을 불쌍히 여겨 흘린 오해의 눈물일까? 고마움의 눈물일까? 헤어지기가 아쉬운 단순한 인정의 눈물일까? 아니면 요원한 통일의 아쉬움에 흘린 철들은 큰 아이들의 뜻 깊은 눈물이었을까?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신년 재야의 종이 울리자마자 국정 책임자 소감을 대답하는 제1갈에서 박 대통령은 온 국민의 통일에 대한 의지와 협력을 당부했다. 임기 후 줄곧 통일이 우리 민족, 동북아와 세계 모두에게 대박이 될 거라고 천명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통일에 대한 반대 기류도 만만치 않다. 공개적 통일 반대론, 시기상조론, 염려론, 포기론 등 무수하다. 심상치 않은 남북관계나 상황들이 그런 이론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통일을 애타게 기다리는 우리들을 피곤하게 하고도 남는다. 일방통행으로 꼬여가는 북핵문제, 협박과 기만, 역행하는 주변 정세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기회마다 조장되는 음모론들의 배후 진원, 국제적 해킹 주체설 등이 통일을 위해 바라고 기도하는 우리들을 실망하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얼마 전 신아무개가 북한을 예찬했다는 데 그는 어디를 어떻게 보고 와서 그런 소리를 할까? 하지만 그 모든 어두움의 진원지요 우리를 속상하게 만들고 긴장을 조장하는 북녘의 그들조차도 다 우리 한민족이요 내 동포들이다. 영육간 당하는 그들 대다수의 현실적 어려움들을 우리가 방관할 수는 없다. 설명 안 되는 그들 소수 지도자들조차도 통일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머지않아 인정하고야 말 필연이다. 억지 부리며 의도적으로 역행하려고 몸부림을 쳐 봐도 통일은 이미 우리 한민족에게 주어진 운명이며 순리이다. 하나님 섭리 시계속의 축복이다.
기도하는 어떤 원로목사님께 주님이 말씀하시되 한국 교회들이 통일을 준비하지 않고 있어 안타까워하신다고 하셨다. 주관적 계시라고 차치하자. 하지만 사회를 선도하고 앞서 가야할 교회들이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 가지고 기도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통일 후 구체적 선교정책을 수립하고 국가 단체와 국민들도 통일을 준비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다 내 민족 내 동포가 아니냐’고 우렁차게 대답했던 묘향산 문지기 아낙네의 뚜렷한 음성, 두 눈에 가득 머금고 아쉬워하던 여학생들의 그 눈물들! 포기와 실망, 분노, 반대, 염려로 내려놓았던 우리 민족의 통일 관심을 다시 부추긴다. 이것이 가끔은 주님의 뜻과 상관없이 달려왔던 우리 대다수 교회들과 지도자들을 향한 주님 지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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