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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신비를 간직한 왕국 악숨(Ax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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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들의 무덤인 오벨리스크. 198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벨리스크는 현재 원래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 가장 큰 오벨리스크는 무너져 있는 상태이며 두 번 째로 큰 오벨리스크는 이탈리아에 의해 약탈당했다가 60여년 만에 되찾은바 있다. ⓒ김준섭

 

에티오피아를 생각할 때 커피 향이 일품인 예카체프(Yirgacheffe) 외에는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만큼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와 커피 외에는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다. 그러나 에티오피아는 과거 악숨(Axum)이라는 찬란한 역사를 가진 고대왕국의 나라였다. 아프리카 국가 중 가장 먼저 기독교를 받아들였고 고대에는 동아프리카와 아라비아 일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에티오피아 문명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악숨 왕국의 시작은 지난호(828호)에서 언급된 바 있는 솔로몬 왕과 시바 여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경에는 기록돼 있지 않지만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있었다. 그가 바로 메넬리크. 
메넬리크는 22세가 되던 해 예루살렘으로 아버지인 솔로몬 왕을 찾아갔다. 그리고 3년간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예루살렘에 머물게 된다. 이후 메넬리크는 고향으로 돌아와 기원전 10세기 홍해와 가까운 악숨에 왕국을 건설했다. 시바여왕과 메넬리크는 단순히 악숨왕국의 시작을 알렸던 인물을 넘어 신화적 존재에 가깝기도 하다. 이들과 관련된 신화는 주변국인 수단, 예멘 등도 함께 공유하고 있지만 에티오피아는 자신만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과거 악숨왕국은 예멘 지역까지 지배하며 강력한 왕권을 자랑하던 국가였다.

십계명이 기록된 법궤가 보관된 시온교회 

 

  
▲ 셀라시 황제의 명으로 건축한 New성모마리아 시온교회. 이곳에는 여성도 출입 가능하다. ⓒ김준섭

 

 

  
▲ 두 개의 성모 마리아 시온교회 사이에 위치한 법궤 보관소. 이곳을 지키는 수도사는 단 한명으로, 죽기전까지 세상으로 나올 수 없다. ⓒ김준섭

 

예루살렘에서 고향으로 돌아올 때 메넬리크는 모세가 하나님에게 받은 십계명이 기록된 법궤(Ark of Convenant)와 함께 온 것으로 전해져 있다.
이 법궤는 악숨의 성모 마리아 시온교회(Saint Maria of Zion, 이하 시온교회)에 지금도 보관 돼 있다. 법궤는 오직 단 한명의 에티오피아 정교회 수도사가 지키고 있다. 이 법궤를 본 이는 오직 정교회 수도사 뿐 그 누구에게도 공개된 적이 없기에 어떻게 생겼는지, 실제로 존재하는 것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 법궤를 지키는 수도사는 평생을 이곳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죽기전까지는 절대 이곳에서 나올 수 없으며 직임은 그 아들에게 대물림 된다.
4세기 무렵 이자나 왕이 세웠고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인 시온교회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제일 성스런 곳이다. 그렇다보니 여성의 출입이 금지 됐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의 마지막 황제인 셀라시가 “여성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남녀 차별이지 않느냐”는 영국 여왕의 충고를 받아들여 돔형태로 교회를 새로 건축했다. 이곳은 여성들의 출입이 자유롭다. 교회안에는 3개의 성역이 있으며 이는 삼위일체를 의미하고 교회 내부에는 양피지로 만든 700년 이상 된 성경 및 성전이 보관 돼 있다.

왕들의 무덤 오벨리스크 

  
▲ 가짜문의 무덤. 도굴을 염려해 가짜문을 만들었으나 도굴꾼들의 눈을 속이지는 못했다. ⓒ김준섭
악숨의 또 다른 대표적 유적지로는 왕들의 무덤인 오벨리스크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98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벨리스크는 1-4세기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130여 개에 달하고 피라미드와 비슷한 구조라고 한다. 대부분 화강암으로 돼 있으며 높이가 33m에 무게가 50톤에 이르는 것도 있다. 또한 지하에는 왕의 무덤이 있다.
기둥으로 쓰인 돌들은 이곳에서 약 4km 떨어진 돌산에서 옮겨와 조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돌의 무게로 봤을 때 수만의 코끼리와 사람들이 오벨리스크를 짓기 위해 동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원래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오벨리스크는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 가장 큰 오벨리스크는 무너져 있는 상태이다. 무너진 원인에 대해서는 ‘기초가 약해서’ 라는 설과 ‘자연재해’ 라는 설 등이 있다. 규모로 봤을 때 가장 위대했던 왕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 번째로 큰 오벨리스크는 에티오피아가 유일하게 침략을 받았던 이탈리아에 의해 약탈되기도 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노력과 UN의 지원으로 60여년 만인 지난 2005년 반환됐다. 그러나 애초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던 장소의 지반이 약화되면서 복원이 미뤄졌고 지난 2008년에야 1700년 전 그 자리에 다시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한편 가장 큰 오벨리스크 옆에는 1972년 발굴된 가짜문의 무덤(Tomb of the False Door)이 있다. 가짜문의 무덤은 3세기 당시 지배자였던 람하이 왕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땅 위의 돌판에 오벨리스크에 새긴 것과 같은 모양의 가짜문과 문고리를 새겨놓아 입구를 속이려 했다. 이는 도굴꾼들을 막을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짜 문이 있었음에도 도굴꾼의 눈을 속이지는 못했다.

 

고대 시바왕국의 궁터·시바왕의 목욕탕 

 

  
▲ 시바여왕 궁터. 지금은 터만 남아 있으며 규모가 작은 것으로 미루어봤을 때 왕궁이 아닌 다른 용도의 건물터로 추정되기도 한다. ⓒ김준섭

 

악숨에는 고대 시바 왕국의 궁터로 추정되는 장소가 있다. 지난 1976년 농부들에 의해 발견 된 시바왕국의 궁터는 현재 그 터만 남아있는 상태지만 배수시설과 설계구조가 매우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확실한 역사가 남아있지 않다보니 시바 여왕의 왕궁터라고 추정만 될 뿐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고고학자들은 건축연대를 시바 여왕의 살던 기원전 10세기보다 1500여 년 뒤인 7세기 경으로 추정하고 있기도 하며 터의 규모를 봤을 때 왕궁이 아닌 당시 귀족의 저택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시바 여왕의 목욕탕
악숨지역을 여행하다보면 시바 여왕의 목욕탕도 만날 수 있다. 목욕탕이라고 하지만 폭이 30m, 길이 100m 정도의 규모이기에 수영장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현재는 가난한 사람들의 식수이자 생활 용수 저장소로, 또 몸을 씻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다.

칼렙 왕의 궁터
악숨에서는 칼렙 왕과 그의 아들 게브레 메스켈 왕의 궁전 터와 무덤도 만날 수 있다.
칼렙 왕은 악숨왕국이 가장 번성했던 6세기의 왕이었다. 당시 악숨왕국은 아라비아 남쪽지역까지 영토를 넓히며 그 위세를 떨쳤다. 특히 칼렙 왕은 대표적인 기독교인 왕으로 알려져 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칼렙 왕의 무덤으로 내려가면 돌로 만들어진 3개의 방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하나의 방에만 깨어진 석관이 하나 놓여 있다.
칼렙 왕의 무덤 옆에는 그의 아들 게브레 메스켈 왕의 무덤이 있다. 모양과 양식은 비슷하다. 이곳은 5개의 방으로 돼 있으면 한 개의 방에 세 개의 텅빈 돌로 된 석관이 놓여 있다.

 

**커피의 나라 에티오피아** 

  
ⓒ김준섭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커피 생산국으로 그 맛 역시 일품이다. 그렇기에 에티오피아 여행을 하며 다른 어떠한 먹거리보다 커피는 빼놓지 않고 마셔야 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보통 우리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고온·고압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해 마시지만 에티오피아인들이 커피를 즐기는 방식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커피 세리모니’라 불리는 독특한 방식으로 커피를 즐기고 있었는데 공항이나 관광지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보통 한잔에 현지 돈으로 10비르 정도로 우리돈으로는 500원 정도이다.
‘커피 세리모니’는 원두를 프라이팬에 볶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절구를 이용해 볶은 원두를 잘게 빻는다. 곱게 빻은 커피 가루를 토기 주전에 넣고 물과 함께 끓인다. 이때 따로 준비된 화로에 송진을 태워 향을 피운다. 이 향과 함께 잘 끓여진 커피를 마시는 순간만큼은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게 된다.
기호에 따라 설탕을 넣어 마시거나 옆에 준비된 팝콘과 함께 먹으면 더욱 색다른 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다.

 

 

  
▲ 여성의 출입이 금지된 성모 마리아 시온교회 내부 ⓒ김준섭
  
▲ 여성출입이 금지된 시온교회 내부에는 다양한 그림이 있다. 이중에는 마리아를 흑인으로 표현한 그림도 있다. ⓒ김준섭
  
▲ 에티오피아 정교회 성도들이 교회 문을 붙잡고 기도를 하고 있다 ⓒ김준섭
  
▲ 시바여왕의 목욕탕.지금은 현지인들의 식수이자 생활 용수 저장소, 목욕탕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준섭
  
▲ 시바여왕 궁터. ⓒ김준섭
  
▲ 칼렙왕의 무덤으로 가는 지하계단. ⓒ김준섭
  
ⓒ김준섭
  
ⓒ김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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