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에도 저작권이 필요할까?
A교회는 최근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크리스마스 공연 동영상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영상에 사용된 자막의 서체 라이선스를 교회가 보유하지 않은 것이 저작권 침해 대상이 된 것이다. B교회는 홈페이지 관리를 외부업체에 맡겼는데 같은 내용의 내용증명을 요구받았다. 이번에는 교회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동영상에 사용된 자막이 문제가 됐다.
‘예배에도 저작권이 필요할까?’ 의문이 들기도하지만 예배의 수많은 요소들이 저작권의 범위 안에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본지는 지난 10일 한국교회저작권협회(사무총장 곽수광)와 기독교 저작권 라이선싱 인터내셔널(한국지사장 함승모, 이하 CCLI)이 주최한 ‘예배 안의 별별 저작권’ 설명회에 참석해 교회 내에서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구체적인 사례와 올바른 사용방법을 알아봤다.
“찬양 악보 복사, 영화 장면 인용은 교회의 도둑질?”
설명회가 이뤄진 곳은 삼일교회 B관, 설명회가 시작되기 20분 전이지만 행사장엔 200여명이 자리를 잡고 있어 저작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설명회엔 남형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강사로 초빙됐다. 저작권법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교회 안의 저작권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온 바 있어 기대가 높았다.
남 교수는 강한 어조로 “교회가 저작권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와 저작권 문제를 십계명 가운데 “도적질하지 말라”는 계명에 빗대어 설명했다. 남 교수는 “교회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찬양 악보를 복사하고 각종 외부 동영상을 예배에 이용하는 경우, 마치 교회가 훔친 물건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교회가 비영리 기관이라는 점, 저작권자도 같은 기독교인이라는 점 때문에 사실상 ‘저작권법의 치외법권지대’로 여겨져 큰 문제로 확대되지 않았지만, 교회 내 저작권 위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며 “오히려 교회는 저작물에 대해 사회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교회 내에서 저작권법이 적용되는 경우는 크게 3가지다. 찬송가와 악보 등 음악 저작물, 성경공부 교재와 간증집이나 설교집 등 어문저작물 그리고 주보 도안과 서체 등 각종 디자인과 관련된 미술저작물이다.
남 교수는 “인터넷이나 타인의 블로그에서 이미지를 갖고 와 교회 홍보나 예배 순서에 사용하는 경우도 저작권법에 위배된다”며 “하지만 예배 후 광고 시간에 영화 등 외부 저작물을 보여주는 경우, 미리 보기와 같은 형식으로 예고편을 상영하는 것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설교 표절 문제도 거론됐다. 재림교회 내에선 문제가 된 적은 없지만 개신교 내에서 목회자의 설교 표절은 수년 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여겨져 왔다. 예컨대 설교자가 이미 출판된 설교집의 예화나 다른 성도의 간증을 표현만 일부 바꿔 마치 자신이 겪은 일인양 설교에 이용했다면 이는 설교 표절에 해당한다고 문제 제기가 이뤄질수 있다.
남 교수는 “설교 표절의 경우 법적 처벌이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인으로서 윤리적, 도덕적 책임과 종교적 책임을 고려한다면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문제다”고 조언했다.
교회 내 저작권 문제, 해결 방법은?
교회가 저작권 침해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식 판매용 저작물을 사용하고 정당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가령 찬미가의 경우 대부분의 저작권이 해결됐지만 일부 곡은 편곡에 관련한 2차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재림교회의 상당수가 저작권료를 위한 재정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신교 측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인 수 30명 이하의 소형교회가 전체의 65%이기 때문에 많은 교회들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선뜻 저작권을 구입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저작권 사용료를 납부하기 어려운 소형교회를 돕고 교회 내 저작권 위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국교회저작권협회가 지난 2012년 설립되는 등 교회 안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조병범 한국교회저작권협회 사무국장은 “현재 100여 개의 교회가 저작권협회에 가입돼 있는데 그 중 미자립교회(소형교회)들에 대해서는 회비를 받지 않고 있다”며 “대형교회들이 본래 지불해야 하는 금액의 2, 3배에 해당하는 회비를 냄으로써 작은 교회들은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저작권법상 보도·비평·교육·연구의 비영리적 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합법적 이용을 인정한다. 그러나 종교적 목적에 대한 저작권 면책 조항은 없다. 반면 미국의 경우 교회가 종교 목적으로 저작물을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 책임을 면제하는 면책 조항이 있다.
남 교수는 “종국에는 우리나라의 저작권법도 종교적 목적의 면제 조항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기독교 뿐 아니라 다른 종교도 다같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종교 목적 사용에 대해 일정 부분 면책을 허용하는 조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림교회도 저작권 준수 기준 마련할 필요 있어”
이날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국교회가 저작권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저작권 준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조 사무국장은 “이미지와 폰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교회들이 내용증명을 요구받은 상황이다”며 “음악 부문도 지금까지는 문제제기가 없었지만 해외 저작권자들이 소송 제기를 준비하고 있어 한국교회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림교회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문제가 없었다고 앞으로도 문제가 없으리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 훗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박정양 삼육대학교 음악학과 교수는 “저작권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아무 대책 없이 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재림교회도 저작권 준수와 관련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법은 글, 사진, 음악을 포함한 모든 창작물에 법적인 보호를 보장한다. 교회에서 사진, 소프트웨어, 폰트, 찬양 등을 사용할 때 저작권과 직접적인 권련이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저작권 저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Q&A를 통해 구체적인 저작권법 저촉 여부를 알아보자.
▲찬양에도 저작권이 있나요?
찬양곡은 음악저작물이며 저작권법으로 보호를 받습니다. 창작자의 사후 70년까지 저작물의 권리를 보장하기 때문에 오래된 찬미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찬양곡은 창작자에게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교회와 상관이 있을까요?
악보를 복사하고, 가사를 화면에 띄우기 위해 파일을 만들고, 예배 찬양을 녹음·녹화하고,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을 통해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면 이에 맞는 이용 허락이 필요합니다.
▲출판된 악보를 정당하게 샀는데도 복제(복사)에 관한 권리가 또 필요한가요?
필요합니다. 출판된 악보는 출판에 대한 사용 허락을 저작권자에게 받아 제작한 것입니다. 이는 출판된 악보집 자체에만 해당되는 것이며 악보집 복사에 대한 권리는 없습니다. 복사를 할 경우 복사를 하는 사람이 직접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저작권법 16조).
▲파워포인트로 자막을 만들 때처럼 컴퓨터로 파일을 만드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하나요?
복사기나 인쇄를 통한 실물(종이 등)뿐 아니라 디지털 파일의 복사 또한 저작권의 ‘복제권’에 해당합니다. 프로그램에 들어있는 서체라 할지라도 일부는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고 있어서 사용 시 허락이 필요합니다(저작권법 16조).
▲찬미가를 편곡한 찬양대 악보도 저작권에 포함되는 것인가요?
찬미가를 편곡한 찬양대의 악보는 기존 노래에 편곡자의 정확한 의도가 담긴 창작이 더해진 2차적 저작물입니다. 2차적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개신교회에서는 출판된 악보를 인원수만큼 구입해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저작권법 22조).
▲선교보고 영상 및 수련회 영상에 배경음악으로 찬양을 삽입하고 싶습니다. 저작권 라이선스가 있으면 괜찮은가요?
찬양에 대한 저작권 라이선스가 있더라도 저작권자로부터 별도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영상의 배경음악 삽입은 2차적 저작권물 작성권과 음원에 대한 사용 허가가 관련돼 있습니다.